포도과에 속하는 잎 떨어지는 넓은잎 덩굴나무로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살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형이며 밑 부분이 심장모양이다. 잎몸이 3개로 갈라지기도 하여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짧은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취산꽃차례에 자잘한 황록색 꽃이 모여 피며 작은 포도알 같은 둥근 열매는 검게 익는다. 담쟁이덩굴은 가을철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정원의 담장 밑에 흔히 심는다.
‘담장을 잘 올라가는 덩굴나무’란 긴 이름이 줄어서‘담쟁이덩굴’이 되었다. 한자 표현은 돌담에 이어 자란다는 뜻으로 낙석(洛石)이라 하였다.
돌담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 심지어 매끄러운 벽돌까지 가리지 않고 붙어서 자라는 덩굴나무이다. 줄기에서 잎과 마주하면서 돋아나는 공기뿌리, 끝이 작은 빨판처럼 생겨서 아무 곳에나 착 달라붙는 편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식 건물에 담쟁이덩굴이 뒤덮이면 한결 고풍스러워 보인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을 담쟁이덩굴로 감추면 건물의 품위도 올라가고, 여름에는 햇빛을 차단해주어 시원하며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버려 햇빛을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담쟁이덩굴의 줄기를 꺾어 씹어보면 단맛이 난다. 옛날 설탕이 없을 때에는 담쟁이덩굴을 진하게 달여서 감미료로 썼다. 이웃 일본에서는 설탕 원료로 쓴 적도 있다. 민간에서는 이 나무의 줄기와 열매를 약으로 귀중하게 쓴다.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가난한 화가 지망생인 존시는 폐렴에 걸려 죽어가고 있으면서 이웃집 담쟁이덩굴의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기의 생명도 다한다고 절망한다. 비바람이 휘몰아친 다음날 틀림없이 나목(裸木)으로 있어야 할 담쟁이덩굴에 마지막 잎새가 하나 그대로 붙어있는 것을 보고 다시 삶의 의욕을 갖게 된다.
그 마지막 잎새는 불우한 이웃의 늙은 화가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밤을 새워 담벼락에 그려 넣은, 이 세상의 마지막 잎새임을 일러주는 내용이다. 담쟁이덩굴 잎새야말로 끈질긴 생명력이자 희망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전설에 히스톤이라는 아름답고 착한 아가씨가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얼굴 한 번 보지못한 키가 큰 청년과 약혼했으나, 그는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키가 큰 약혼자를 기다리다 죽어갔는데, 약혼자의 긴 그림자가 지나간 담 옆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 다음해부터 그녀가 묻힌 자리에서 덩굴이 올라와 키 큰 약혼자를 찾으려는 듯 자꾸만 높이 올라가 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담쟁이덩굴을 가리켜서 ‘처녀의 넋’이 깃든 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