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나무)

개암나무 해이즐넛

대봉산 2015. 9. 14. 16:24

개암나무 : 맨눈으로 겨울을 난다.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며 한 나무에 같이 달리는 특징이 있다. 개암나무는 봄이 시작하는 3월에 꼬리모양의 긴 수꽃이 2~5개가 잎보다 먼저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다. 샛노랗고 긴 꽃송이가 가늘고 여린 가지 끝에 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암꽃은 수꽃에 비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옆에 겨울눈처럼 보이는 암꽃이삭은 10여개의 붉은색 암술대가 겉으로 나온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 또는 넓은 거꾸로 된 달걀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뚜렷하지 않은 결각과 잔 톱니가 있다. 열매를 싸고 있는 총포에는 톱니가 있다.

개암나무의 꽃은 꽃잎이 없어,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풍매화’이다. 긴 꽃송이에 수많은 꽃밥이 바람에 흔들리면, 송화가루가 날리듯 샛노란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리게 된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꽃밥이 암꽃의 진분홍 부분에 닿게 되면 수정이 이루어지고 가을철 열매가 만들어지게 된다.

 

 

개암은 누구나 따먹을 수 있는 우리 산야의 야생 견과(堅果)였다. 딱딱한 씨껍질로 둘러싸인 열매 안에는 전분덩어리 알갱이가 들어 있다. 비록 도토리나 밤은 참나무과이고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로 거리가 있지만, 씨앗의 모양새나 쓰임은 비슷하다.개암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과실이지만, 역사책은 물론 옛 선비들의 문집이나 시가에 널리 등장한다. 고려 때는 제사를 지낼 때 앞줄에 놓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제사과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전후로 개암은 제사상에서 퇴출된다. 아마 개암보다 더 맛있는 과일이 많이 들어온 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개암은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여 맛이 고소하며, 지방이 많아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개암나무는 앞에서 설명한 진짜 개암나무보다 참개암나무가 더 많다. 참개암나무는 개암나무와 잎 크기는 비슷하나 잎 끝이 뾰족해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열매 모양도 전혀 다르다. 총포가 동그란 과실을 완전히 둘러싸면서 길쭉하게 되어 있으며, 총포 끝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알밤의 옛말이 ‘아람’인데 개암은 아람보다 작고 못하다 하여 ‘개아람’으로 불리다 개암이 되었다고 한다. 개암나무는 깨금나무라고 하는데 이는 딱 하고 깨물면 딱 소리와 함께 금이 가면서 하얀 속살이 보이고 그것을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인 것 같다. ‘혹부리영감’이라는 동화 속에도 등장하는데 개암 열매를 깨물었을 때 ‘딱’소리가 나서 도깨비들이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암나무는 지방유, 단백질, 당분이 풍부해 예로부터 군것질거리로 쓰였다. 기름은 짜서 식용유 및 등잔기름으로도 사용하며 잡귀를 몰아내는 의미로 첫날밤 신방에 개암기름 불을 켰다고 한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나 도시인들은 개암이 익숙치 않은데 개암보다 헤이즐넛이라면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개암의 서양이름이 헤이즐넛이다. 헤이즐넛 향커피, 헤이즐넛 쵸컬릿 등 주변에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어서일 것이다.

개암나무에 얽힌 동화는, 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예쁜 공주님이 살았는데 어찌나 예뻤던지 스스로 거울을 보고 질투를 할 정도였다. 공주는 자신의 예쁜 얼굴을 남에게 보이기가 아까워 늘 베일을 쓰고 살았다. 누가 몰래 보기라도 하면 병사들을 시켜 그 사람을 죽였지요. 온 나라에 소문이 퍼져 모두 공주님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어느 날 공주님의 시녀들이 궁금증을 못참고 몰래 훔쳐보다 그만 들켜버렸다. 잘못했다고 살려 달라 비는 시녀들을 공주님은 병사들을 시켜 목을 치게 했는데 그만 피가 공주님 얼굴에 튀어버렸다. 아무리 닦고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공주님 얼굴에 핏자국이 남게 되었다. 그 후 공주는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 죽어버렸는데 이듬해 공주님 무덤가에 나무 한그루가 자랐고 그게 바로 개암나무라고 한다. 지금도 개암나무 잎엔 그때 튄 핏자국이 남아 자줏빛 얼룩이 있고 지금도 예쁜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열매는 베일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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