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육질이며 많은 가지가 갈라지고 마디가 굵으며 세로로 홈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으로 피며 고깔모양이다. 꿀주머니는 넓으며 끝이 안쪽으로 말린다. 열매는 1∼2cm의 긴 주머니 안에 여러 개의 종자가 들어있고 익으면 터지면서 종자가 튀어나온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 숲길을 거닐다 물기가 있는곳에이면 영락없이 만나게 되는 물봉선.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서도 물봉선과의 조우는 이어진다. 살짝 살짝 손끝으로 꽃이며 잎이며 어루만져 본다면 당신은 깜짝 놀라게 될 것이 분명하다. 통통하게 익은 열매주머니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순식간에 ‘탁’하고 터지면서 씨앗이 튄다.
고동색의 작고 동글동글한 씨앗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물가 어느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있을터다. 분홍색, 노랑색, 흰색으로 각각 피는 물봉선의 꽃은 독특한 모양이다. 입술모양의 꽃잎 뒤로 고깔모양의 긴 관이 살짝 말려있다. 길게 말린 관맨 안쪽에 꿀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도이유가 있다.
꿀을 빌미로 찾아오는 벌과 나비가 어설프게 드나들면 행여 혼사가 성사되지 않을까 싶어 긴 관 안까지 찾아들어오면서 꽃잎을 치고 암술 수술을 이리저리 건드리게 하기 위함이다. 꿀을 내어주는 대신에 중신은 확실하게.
그 덕분에 암술머리에는 벌이나 나비의 다리에 붙어있던 수꽃의 꽃가루가 붙게 되고 이것으로 혼사는 이루어진 셈이다. 긴 타원형의 열매주머니가 자라면 그 안에 동글동글한 씨앗들이 영글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무더운 어느 여름날 물가나 습지 물봉선 군락에서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탁, 탁’열매주머니가 터지며 물봉선의 아기들이 이리저리 날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당신의 손가락 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답고 앙증맞은 생김새에 걸맞다고 해야할까요? 아님 그 반대의 아이러니라고 해야할까요? 모든 물봉선은 독이 있다니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그 이면의 본질을 보는 혜안이 부디 있기를...... 여름날 숲속에서 아름답게 꽃피운 물봉선 군락을 만나게 된다면 ‘아! 이 숲이 살아있구나’싶어질 것인데 참말 그러한 생각이 들게 될 것인지는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