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꽃)

조릿대(산죽),대나무

대봉산 2017. 10. 7. 20:05

조릿대: 조릿대가 살아가는 비밀은 특별히 조율된 생활사에 있습니다.

숲 속의 모든 질서는 빛에 의해 조절됩니다.“ 키 큰 나무들 아래에서 낮은 키로 자라는 식물들은 늘 빛에 대한 고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에게 있어 빛은 절대가치입니다. 그러나 생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빛이 숲 바닥에 온전히 내리기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지요.

숲의 상층부를 통과할 때 빛의 성질은 이미 상당부분 달라지게 됩니다. 가시광선 가운데 식물들이 선호하는 적색광은 상층부의 나무들에게 우선적으로 흡수되어 버리고 그 나머지 파장의 빛만 바닥으로 내리지요. 중간키나무(아교목;亞喬木)들과 작은키나무(관목;灌木)들이 우거진 다층구조의 숲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파장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광량(光量)도 적어지고 빛의 세기도 많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조릿대는 최대 높이가 고작해야 1~2m를 넘지 못합니다. 이 작은 식물은 다른 나무들과 거꾸로 된 생활주기를 가짐으로써 자신이 처한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키 큰 나무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실현시켰습니다

 

조릿대는 산에서 자라는 대나무란 뜻으로 산죽(山竹)이라고도 부릅니다.4월에 꽃을 피우고 5~6월에 열매를 맺는다. 산죽은 다른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난 후인 6월초에야 비로소 잎을 틔웁니다. 7월까지 서서히 자라다가 활동량이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여 키 큰 나무들이 낙엽을 준비하는 9월에 이르면 활동이 급속도로 진전됩니다. 그리고 10~12월 사이, 최고의 활동기를 보냅니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다 떨궈버리고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에 말이지요.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숲은 이른 봄날과 비슷한 환경이 됩니다. 하늘을 가렸던 숲의 덮개가 헐거워지면서 이전보다 많은 양의 햇빛이 고스란히 바닥에 내립니다. 조릿대는 바로 이 시기의 빛을 이용하므로서 키 큰 나무들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생활사를 만들어 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 종류는 땅 속의 뿌리줄기가 옆으로 수 십 미터 혹은 100여미터 이상 빽빽하게 뻗으며 땅 위로 새순을 내보내는 방법으로 제 가족을 늘려갑니다. 그래서 어디서고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조릿대도 마찬가집니다.

조릿대의 이러한 특성은 나무가 벌채되거나 산불이 일어난 후,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숲에서 나무들이 사라져 버린 환경 하에서 빗물에 의한 토양의 유실을 막는데 커다란 힘을 발휘합니다. 더불어 해마다 만들어 내는 엄청난 양의 잎들은 고스란히 바닥으로 돌려보내지고, 거칠 것 없이 풍부하게 내리는 햇빛으로 하여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짐으로써 토양을 발달시킵니다. 조릿대는 그렇게 기존의 나무가 수행하였던 물질 생산을 대신하며 나무들이 사라진 터에서 숲의 기능을 이어갑니다.

성하면 반드시 쇠할 때가 오는 법! 마침내 번성하던 조릿대 군락에 세력감퇴가 일어날 무렵, 꽉 들어찼던 산죽의 밀도는 느슨해지고 그 틈을 비집고 날아든 씨앗이 조릿대 숲의 새로운 주인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대체로 토양이 잘 발달한 곳에서 쉽게 싹을 틔우는 종류의 나무들이지요.

대나무 종류는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웁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죽어버리지요조릿대의 수명은 5~7, 일반적으로 커다란 군락에서 부분적으로 꽃을 피우고 죽는 일이 반복되지만, 드물게 군락의 대부분이 일제히 꽃을 피움으로써 군락 전체의 활력이 한꺼번에 약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식물의 생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 10년도 채 안 되는 수명을 가진 조릿대가 수 년 동안 안으로, 안으로 눌러오던 열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것이니, 그 동안 축적해 왔던 양분들이 모조리 동이 날 것임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다시 일어설 원기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개화는 죽음으로 막을 내립니다.

 

    


대나무 :토마토가 과일이 아니듯 엄밀하게 말하면 대나무는 나무가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외떡잎식물인 풀이라고 합니다. 나무 같지만 사실 나무라고 하기에는 나이테도 없고, 1년 동안 줄기가 다 자라는 등 풀에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그럼에도 굳이 나무라고 하는 것은 그 크기와 단단함 때문입니다. 풀은 일반적으로 잎이 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줄기가 시들어 바로 죽습니다. 물론 여러해살이풀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줄기는 시들어 죽고, 뿌리만 남아서 겨울을 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대나무는 여러 해가 지나도 이파리와 줄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풀과 나무의 속성을 다 갖추고 있어,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물론 대나무를 '풀과 나무의 중간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풀이 나무로 거듭난 기적의 식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분명 애벌레인데 얼마 후 아름다운 나비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분명 풀인데 풀에 안주하지 않고 누가 봐도 멋진 나무로 살고 있는 대나무에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대나무를 보면서,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못난 자를 들어 잘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늘의 크고 비밀한 섭리"을 읽습니다.

 

 

대나무는 또 다른 신비를 간직한 식물입니다. 듣자 하니, 대나무는 종자를 심고 몇 년이 지나도 싹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해, 또 한 해를 죽순이 돋기만을 기다리며 공들여도 좀처럼 움이 트지 않았을 때, 대나무씨앗을 심은 사람의 마음은 애가 타다 못해 "에이, 틀렸구나" 싶어 포기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에! 심은 지 5년째가 되는 해에 비로소 죽순이 돋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죽순이 나온 날로부터 석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 크기가 무려 16미터에서 25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경이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하루에 1m 이상 자라기도 한다니,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합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처럼, 대나무는 4년 동안 놀고 있거나 잠자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섬유질의 뿌리 구조를 형성하여 땅속으로 깊고 넓게 퍼져 나간 것이지요. 다시 말해 땅속에서 쉬지 않고 눈부신 성장을 위한 준비와 훈련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5년째를 맞이한 대나무는 땅속줄기인 지하경의 마디에 있는 곁눈을 부풀려 지상으로 화살을 쏘듯 전봇대처럼 높이 솟아 오른 것입니다. 마치 매매유충이 오랜 땅속생활을 끝내고 매미로 우화하여 맴맴맴 노래하는 것처럼...

 

 

우리 현대인들은 "빨리 빨리" 문화에 젖어, 무엇이든지 금방 승부를 보려합니다. 조급합니다. 속성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러다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세 실망하고 낙심하고 좌절하고 포기합니다. 대나무 숲을 천천히 거닐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조바심내고 쉽사리 포기했던 우리들의 성급함을 보게 됩니다.

 

대나무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철저한 준비와 노력, 그리고 힘찬 용솟음... 뜻을 세웠으면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떤 장애와 시련이 와도, 질진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처럼,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한 우물을 파는 자세로 내실을 기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1도만 부족해도 물을 끓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나무가 성장하는 이치나 사람이 성장하는 이치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기적과 신화의 식물 대나무'가 오늘 우리에게 말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장기적 관점에서 쉬지 않고 노력한다면 마침내 소망하는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오늘을 열심히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대나무의 마디는 줄기의 길이에 비례한다. 가장 많은 것은 왕대가 71, 솜대가 43, 죽순대가 73개이다.

잎은 잔가지당 잎의 장수는 왕대 5~6, 솜대 4~5, 죽순대 2~8장이며 표면은 선록색이고 뒷면은 옅은 흰색을 이루고 잎의 넓이는 왕대가 솜대나 죽순대보다 넓다.

 

 대나무는 왜 수십~수백년 주기로 일제히 꽃을 피우고 죽는 걸까. 식물학계의 이 오랜 수수께끼에 대해 포식자 관리설, 화재 유발설, 스트레스 축적설 등 다양한 가설이 나왔다. 천적이 먹고 남을 만큼 씨앗을 일시에 맺거나, 땔감을 축적해 큰 산불을 일으켜 경쟁자인 나무 제거하기, 또는 환경 스트레스가 쌓여 개화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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