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풀(쥐방울덩굴과,Asarum sieboldii)꽃4월,여러해살이풀
햇빛이 간간히 비치는 나무 그늘 아래서 주로 자란다.
일반적으로 꽃들은 수정이 끝나면 꽃잎이 떨어지거나 시들거나 하는데, 이 꽃은 꽃모양은 그대로이지만 속에서 씨앗이 영글기 때문이다. 씨앗이 모두 영글면 주머니 모양이 부서진다. 마치 뭉친 팥고물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주머니가 터질 무렵이면 주변을 오고가는 개미가 많아진다. 그리하여 개미들은 주머니에서 나온 족두리풀 씨앗을 물고 사라진다. 미들은 씨앗에 붙어있는 것들만 쏙쏙 떼먹고 씨앗들은 버릴 것이다.
아마도 제비꽃 씨앗에 붙어있는 작은 알갱이 엘라이오섬만을 떼먹고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족두리풀의 주머니는,꼬투리가 벌어지는 순간 씨앗이 멀리 튕겨져 나가는 제비꽃이나 괭이밥 등과 달리 씨앗이 모두 익으면 주머니가 부서지고 만다. 그러니 개미처럼 씨앗을 어딘가로 옮겨줄 곤충이 필요하리라. 4~5월, 족두리풀 주변에서 볼수 있는 나비는 십중팔구 애호랑나비다. 애호랑나비는 족두리풀 잎에만 알을 낳고, 족두리풀 잎에 알을 낳는 곤충은 이 애호랑나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애호랑나비 암컷이 할 일은 꿀을 열심히 빨아 영양분을 보충하여 알을 낳는 것이다.꽃이 다지 풍성하지 않은 이른 봄 애호랑나비는 어떤 공이든 가리지 않고 아무 꽃에나 앉아 기다란 빨대보양의 주둥이로 꿀을 열심히 빤다. 짝짓기를 마친 애호랑나비 수컷은 2~3일안에 죽는다. 암컷도 알을 낳은후 죽는다. 애호랑나비는 대략 12~17개의 알을 낳는데, 재미있게도 족두리풀의 영양 상태에 따라 알의 개수를 조절한다. 그냥 무저건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잎의영양이 좋으면 그만큼 알을 많이 낳고 잎이 별로면 알을 적게 낳는다. 그리야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제대로 잘 먹고 잘 자랄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식물의 꿀도 먹고 알도 낳고 그러면 오죽 좋을까마는 애호랑나비는 족두리풀꽃의 꿀을 먹지 않는다. 아니 이처럼 땅 가까이에 꽃을 피운 꽃들의 꿀을 먹지 못한다.
그런데도 애호랑나비는 왜 하필 족두리풀 잎에만 알을 낳을까? 애호랑나비 암컷은 족두리풀의 영양을 어떻게 판단해 알의 개수를 조절하는걸까?
또한 호랑나비과에 속한 다른 애벌레들처럼 녀석들도 취각(호랑니과 애벌레 머리와 앞가슴 사이에 있는 뿔처럼 생긴 자루로서 자극을 받으면 몸 밖으로 튀어나와 냄새를 풍김)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험에 처하거나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지체 없이 머리와 앞가슴 사이에서 주홍색 취각을 내밀어 위험합니다. 특이한 것은 취각에서 독특한 냄새가 풍겨 나와 천적을 역겹게 만듭니다. 물론 그 냄새의 원료는 녀석들의 밥인 족두리풀에서 얻습니다.
족두리 잎은 매운맛이 난다. 갖은 동물과 곤충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고자 족두리풀이 매운맛을 함유한 성분의 방어물질을 내뿜기 때문이다. 족두리풀 뿐이랴. 거의 대부분의 식물들이 족두리풀처럼 자신만의 방어물질을 가지고 있다. 애호랑나비가 족두리풀에 알을 낳는 것은 족두리풀의 방어물질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다른 식물들도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족두리풀을 통해 애호랑나비의 생태를 만날 수 있고, 애호랑나비를 통해 족두리풀의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특정식물을 통해 특정 곤충을 만날 수 있다. 어떤 곤충들이 어떤 식물에 알을 낳을까? 곤충들은 어떻게 먹이식물을 선택하고 그 곤충의 애벌레들은 어떻게 자라날까? 곤충들은 수많은 곤충들 중에 어떻게 제짝을 찾아 짝짓기를 할까?
뿌리를 세신(細辛)이라 하여 한약재로 쓰는데, 살짝 씹어보면 매운맛이 느껴지고 눈까지 따가울 정도로 강한 독성이 느껴진다.
-풀들의 전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