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대봉산 2014. 6. 1. 17:16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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