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뽕나무(Mulberry)는 장미목 뽕나무과의 식물이다. 중국 원산으로 학명은 Morus alba이다.
암수 딴그루로 4~5월에 꽃핀다.
산뽕나무는 ‘산’과 ‘뽕’과 ‘나무’의 합성어다. 재배종이 뽕나무라면, 야생에서 저절로 살아가는 것이 산뽕나무다. 두 종은 실제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들 사이에서 교잡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 산뽕나무와 뽕나무를 구별하는 생태 지표는 다음과 같다.(i) 생육하는 서식처가 사람이 밭으로 일군 곳이 아니며, (ii) 일굴만한 곳이 아닌 거친 야생 입지이면서, 잎에 깊고 눈에 띄는 결각(缺刻)이 분명하게 있고, (iii) 수형(樹型)이 뽕잎을 채취하기에 적당한 높이의 가지로 퍼져 있는 형상이 아니며, (iv) 어린 가지에 털이 거의 없는 경우는 산뽕나무다. 뽕나무는 어린 가지에 가늘고 짧은 털이 밀생하며, 성장하면서 없어진다. 무엇보다도 두 종은 오뉴월에 꽃이 핀 상태에서 암꽃의 암술대(花柱) 모양과 길이로 명백히 구분된다. 산뽕나무는 약 2mm 길이의 눈에 두드러진 암술대(花柱)가 발달하고 끝부분이 길게 2개로 갈라진다.산뽕나무는 농촌 밭 언저리나 산비탈에서 흔하게 자생한다. 이 가운데에는 마을 사람들이 눈여겨 봐둔 개체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인위적으로 식물을 심을 수 없는 산비탈 계곡 전석지(轉石地)같은 곳에 선구적(先驅的)로 들어가 산다. 이런 개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산뽕나무 柘(석, 山桑)이란 한자를 쓴다. 식물사회학적으로 숲 가장자리(林緣) 식생의 선구식물종으로 규정되고, 빛을 좋아하며(好光性), 울창한 숲속에서는 살지 않는다. 햇빛이 잘 들고, 공기나 물이 잘 통하면서 수분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는 뽀송뽀송한 흙 땅이 최적지다.산뽕나무의 수꽃은 꽃가루 방출 속도(초속 170m 이상, 음속의 1/2 수준)가 매우 빠르다.3) 숲 가장자리는 꽃가루가 퍼져나가는 통로이면서, 새들 눈에 오디가 쉽게 띄는 장소다. 한쪽이 탁 트인 숲 가장자리에 오디가 열리는 산뽕나무 암그루가 흔한 까닭이다.속명 모루스(Morus)는 뽕나무 종류를 지칭하는 라틴 고어다. 종소명 아우스트랄리(australis)는 남쪽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남반구에 위치하는 마다카스카르 지역에서 채집된 표본으로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소명 봄비지(bombycis)를 채택하기도 하는데, 봄비지는 실크 누에치기(養蠶, 양잠)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런데 누에치기에 주로 쓰이는 것은 재배종 뽕나무(Morusalba)다. 줄기가 희고, 누에고치도 희고, 가끔 백색 열매도 생겨 희다. 그 의미로 라틴어 ‘알바’가 붙은 것이다.한글명 뽕나무의 뽕도 그렇게 하얀 것, 뽀얀 것에 잇닿아 있는 명칭일 것이다. 중국 한자명은 찌상(鸡桑, 계상)으로, 직역하면 닭(鷄)뽕나무가 되며, 가금(家禽)처럼 키우는 뽕나무 또는 닭이 좋아하는 뽕나무란 의미에서 유래할 것이다. 나무 아래에 많이 떨어져 있을 애벌레나 굼벵이를 주워 먹는 닭 모습이 떠오른다. 일본명 야마구와(山桑, 산상)는 야생하는 산뽕나무란 의미다. 한글명 산뽕나무는 일본말이 힌트가 된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뽕나무 문화 기원과 역사성을 생각하면 ‘뫼뽕나무’란 이름이 걸맞다.한자로 우리나라를 가리켜 桑域(상역, 뽕나무 영역)이라 하고, 동해를 桑暾(상돈,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이라 했다. 삼한시대 마한(馬韓) 땅, 지금의 화성 일대를 桑外國(상외국)이라 했고, 그 북쪽에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지명 蠶室(잠실)이 있다.중국 사기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의 감방(監房)이 蠶室(잠실)이었더라도, 우리에게는 뽕나무 桑(상) 자가 알려지기도 전부터 이미 생활 속의 식물자원이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기록들이다. 뽕나무와 관련한 농경문화의 중심이 桑域(상역)이었다는 뜻이다.중국인들이 우리를 뽕나무(桑)와 인연 깊은 사람들로 보았고, 그래서 뽕나무는 우리를 상징하는 일종의 깃대식물종(flagshipspecies)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뽕나무의 나라’였던 것이다. 한자 桑(상) 자를 중국은 ‘상-’이라고 발음하며, 우리는 ‘뽕’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뽕이라 발음해 왔으며, 한자를 도입한 후부터 상(桑)이란 글자를 알게 된 것이다. 한글이 창제되고서는 그 소리대로 ‘’으로 표기했다. 일본에서는 구와(桑)라고 하며, 누에가 뽕잎을 먹는다(쿠이, 食い)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같은 것을 두고 부르는 소리가 이처럼 완전히 다르다.뽕나무에서 ‘뽕’의 어원 또는 유래를 설명하는 근거 있는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뽕나무 열매 오디를 먹으면 방귀를 뀌게 되며, 그 소리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수개 소리다. 모든 생명체의 이름 속에는 그 정신과 문화가 녹아 있으며, 뽕나무의 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밥, 똥, 해, 별, 달, 물, 불, 손, 발, 눈, 코, 입, 귀, 몸 등등처럼, 인간의 삶에 우주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우리말이 한 글자 외마디 소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뽕’도 오래된 말(소리)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그런데 국어대사전에서는 필로폰을 일컫는 속어로 뽕을 설명했다. 실제로는 남녀의 성교를 빗대어 ‘뽕한다’라고 하는 속어가 있다. 중국 시경(詩經) 속에 상중지약(桑中之約)이란 고사성어가 있으며, ‘뽕 밭에서 맺은 은밀한 약속’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뽕밭은 고대 ‘러브호텔’이었고, 뽕은 마땅히 해야 하는 남녀의 볼 일과도 관련하는 음소(音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마디소리 글자 ‘뽕’은 보얗다, 뽀얗다에서 유래한다.
한반도에서 뽕나무 문화는 독립적 기원(independentorigin)이며, 그 시원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동아시아로부터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세 대륙을 잇는 동서 문화교류의 동맥, 실크로드의 동쪽 원점은 한반도, 그 가운데 경주라는 역사적 고증이 증명한다.뽕 밭(桑田, 상전)이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야생하는 산뽕나무에서 오디를 채취해 먹었을 터인데, 산새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누에는 뽕나무에게 해충이나, 누에고치에서 비단(실크) 실을 얻으면서 인류에게는 익충이 되었다. 양잠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짐승이 아닌 초식자 누에를 축생(畜生)으로 키우는 일, 이것은 곤충을 이용한 최초이자 최고(最古)의 지혜다. 유럽에 뽕나무와 양잠이 도입된 것은 중세 초기 때의 일로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은 중부와 남부 유럽에 뽕나무 야생 개체만이 드물게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세상 일이 심하게 변한 것을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다고 한다. 이른 봄, 한 순간 옥돌의 푸른색을 띠는 뽕 밭의 변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는 잠농(蠶農)에서, 누에고치를 각종 약재나 건강식품과 화장품의 원료로, 최근에는 번데기를 우주인의 영양식으로 쓰기까지 그 용도가 변해왔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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