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子年 쥐 이야기
요란했던 황금돼지 丁亥年이 저물어 가고 戊子年 쥐띠의 새해가 밝아온다.
우리는 쥐라고 하면 먼저 어둡고 더러우며 질병을 옮기는 해로운 동물로 생각한다. 또한 곡식을 가장 많이 축내는 동물로 여겨 인간들에게 핍박을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면이 부각되는 미운 정 고운 정을 느끼게 하는 양면성을 띈 동물이다.
그러나 옛 기록들을 보면 쥐가 미래의 어떤 사실을 암시하는 동물로도 자주 등장한다.
그 예로 쥐가 농사의 풍년과 흉년, 인간의 화복, 뱃길의 안전 등을 예시해 준다고 믿었고 서울 부근의 불암산 정상에는 쥐가 하늘을 향하여 기원하는 듯한 형상의 쥐바위가 있어 무자년 쥐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찾아 소원을 기원하기도 한다. 지방에서는 전남의 비금도 월포리당과 우이도의 진리, 서우이도의 당집 등에서는 쥐를 섬기기도 한다.
그 결과 남해안 지방에서 배에다 쥐의 깃발 즉 쥐서낭을 모시고 다녔으며 배의 안전을 지켜주고 미리 난파나 파선을 알려주는 영물로 여겼다.
또 황해도 서흥에서 왜적이 침입하였을 때 쥐로 변신하여 적을 물리치고 죽었다는 승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서도신사>도 있다.
함경도 ‘세인굿’에서 전해지는 <창세가>라는 무가에서 쥐는 불과 물의 근본을 아는 동물로 미륵님에게 천하의 뒤주를 하사 받아 지금도 천하의 뒤주를 뒤지고 다니고 있다 한다.
또 쥐의 부지런함 때문에 부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전해지기도 하여 쥐를 업신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 결과 쥐가 집을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또 쥐의 번식력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월등하므로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많은 동물들이 그러하지만 쥐도 역시 인간에게 은혜를 입어면 그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쥐가 사람의 손톱을 주워 먹든지, 매일 아침 밥풀을 먹이면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쥐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해도 끼치고 보은도 하는 동물이지만 영물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쥐는 우리 12지신 중 첫 번째로 인간에게 쥐띠를 부여하기도 한다.
쥐란 말은 두더지에서 변해서 쥐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말은 땅이나 물건을 뒤진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쥐띠의 성격은 근면하고 절약하는 타입으로 조금씩 돈을 모아가는 타입으로 친절하고 인간관계가 좋다고 한다. 또 자기 방어 본능이 강하며 절약형이다.
애정은 조숙하여 첫사랑도 빠르게 경험하며 사랑에서 낭만을 중요시 하는 타입이기도 하다. 그러나 냉정한 타입이라 물불을 안 가리고 사랑에 빠지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항상 좋아하는 상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으며 짝으론 쥐띠, 용띠, 원숭이띠가 좋다고 한다. 잘 어울리는 패션으로는 경쾌한 캐주얼 복장이 잘 어울리고 뜨거운 것 보다 찬 것에 약하므로 겨울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쥐에 관한 민속놀이로는 일 년 중 처음으로 오는 쥐날을 상자일上子日이라고 하여 쥐날이라고 한다. 이 날은 쥐의 피해를 막기 위한 민속으로 쥐날 첫 시간이 자시 즉, 밤11-새벽1시에 방아를 찧었다고 한다. 쥐날의 민속놀이로는 ‘쥐불놀이’ ‘불싸움’ ‘쥔쥐새끼놀이’가 있으며 우리 민속놀이에서 나오는 “쥐불놀이” “쥐볶는다” 등의 말은 쥐의 피해를 막기 위한 놀이에서 나왔다.
우리가 정월에 많이 하는 윷놀이에서도 일 년의 길흉을 점치기 위하여 윷을 던져서 점을 치기도 한다. 그때 3번 던져서 ‘도, 도, 개’가 나오면 “쥐가 창고로 들어갔다.” 고 하면서 길조로 여겼다. 반면에‘ 걸, 개, 모’가 나오면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격으로 흉조로 생각했다.
궁중에서는 쥐날에 풍년을 비는 뜻으로 곡식의 씨를 태워 비단주머니에 넣어서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하는데 이 주머니를 자낭子囊이라고 하였다.
쥐는 근면성과 저장성을 지닌 동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도적으로, 탐욕의 대명사로, 분수를 모르고 허영을 부리는 동물로도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을 지닌 쥐가 인간들에게 어떤 면을 배울 것인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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