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나무가 어떻게 잎을 떨궈낼까?
손이 있으면 나뭇잎을 똑 꺾으면 될 테지만, 손발이 없는 나무가 어떻게 스스로 잎을 떨궈 내는 걸까요? 여름엔 멀쩡히 붙어 있던 잎이 가을에 우수수 떨어지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나무는 낙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한답니다. 여름의 절정인 7~8월까지 활발하게 나오는 성장호르몬이 9월부터 멎고 잎과 가지가 연결된 잎자루의 끝부분엔 떨켜층이 생겨나요. 떨켜층은 잎이 가지에서 분리되는 부분이지요.
잎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떨켜층과 가지 사이엔 보호층이 생긴답니다.
떨켜층을 이층(離層)이라고 하는 이유는 곧 떨어져 나갈 층이기 때문이에요.
잎과 가지가 서로 이별한다고 생각하면 이층의 뜻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기온이 내려가면 떨켜층의 세포벽을 녹이는 효소가 분비돼요.
이렇게 떨켜층이 녹으면서 잎이 가지에서 분리돼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지요.
◇낙엽도 떨어지는 순서가 있다
이때 잎의 위치에 따라 낙엽 지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성장호르몬의 공급이 끊기는 잎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답니다.
성장호르몬은 식물의 성장·결실·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인데, 가지·줄기·뿌리의 가장 끝(바깥)부분에서 만들어져요.
이곳에서 나온 성장호르몬이 목표 기관까지 전달돼 나무의 각 부분을 자라게 하는 거예요.
그러므로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가지·줄기 끝에 붙은 잎은 늦게 떨어지는 반면, 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잎은 먼저 떨어진답니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한 부위의 잎은 봄에 먼저 돋아나고, 가을엔 나중에 지는 것이지요. 모든 잎을 떨군 나무 한 그루를 상상해보세요.
봄이 되면 이 나무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시작되는 가지와 줄기의 끝부분부터 잎이 나기 시작해요.
잎은 나뭇가지의 가장자리를 점령한 뒤 차츰 가지 안쪽으로 피어나
5월이면 잎이 무성한 나무로 탈바꿈하지요.
이후 쌀쌀한 가을이 오면 성장호르몬 전달이 먼저 끊기는 지점의 잎부터 차례로 떨어지기 시작한답니다.
그럼 소나무처럼 겨울에도 푸른 나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요?
소나무처럼 잎이 바늘처럼 가는 나무를 바늘잎나무(침엽수)라고 하는데요,
이런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궈 내지 않고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어요.
해마다 침엽수도 잎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활엽수처럼 가을에 모두 떨구진 않아요.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의 예를 볼게요.
소나무는 가지가 1년에 한 마디씩 자라기 때문에 나뭇잎 위치만 봐도 얼마나 오래된 잎인지 알 수 있답니다. 가지 맨 끝(바깥)에 달린 잎은 1년생 잎, 거기에 이어진 안쪽 마디의 잎은 2년생 잎, 이런 식으로 줄기와 가까운 가지에 달린 잎일수록 나이가 많은 식이에요.
예를 들어 수평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가 일곱 마디이면
가장 바깥쪽(줄기와 가까운 순으로 일곱째) 마디에서 자란 잎은 1년생이고,
그보다 안쪽인 여섯째 마디의 잎은 2년생, 가장 안쪽(첫째) 마디의 잎은 7년생인 것이지요. 이렇게 소나무 가지와 줄기의 마디 수를 헤아리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답니다. 나무를 베어 나이테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나이를 알 수 있다니 신기하지요?
소나무수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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