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렙(공부합시다)

[스크랩] 씨알여행106회,연복초-무릅꿇고 만난 열매, 우승컵 안은 기분들어

대봉산 2010. 11. 24. 23:46

연복초(連福草)란 이름은 복수초(福壽草)를 뽑을 때 묻어 나와서 지어졌다는 설, 복수초 꽃이 질 무렵에 꽃이 피어서 복을 이어주어서 그랬다는 설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초가 자라는 곳에서 연복초를 보기 어려운 반면에 복수초 꽃이 1~3월에 피고 연복초 꽃이 4~5월에 피는 것을 보면 후자가 더 어울린다. 또한 연복초를 뽑아보면 뿌리는 뿌리줄기와 실뿌리로 되어 있다.

길게 뻗은 다소 굵은 뿌리줄기(根莖)에는 새로운 연복초가 태어날 비늘뿌리 눈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을 보면, 뽑으면 연달아 나오는 복초란 뜻에서 연복초라 했을 수도 있다. 이 밖에 5송이의 꽃이 모여 핀다고 하여 오복화(五福花)라고도 한다.

연복초는 키가 20cm도 안 되는 풀이다. 꽃은 화관(花冠) 지름이 1~3㎜로 작고 꽃 색깔 역시 연두색으로 화려하지 않아 눈에 잘 안 띤다. 꽃은 줄기 끝에서 길게 올라 온 꽃대 끝에 5송이가 모여 핀다. 동서남북을 향하여 옆으로 4송이가 피고 그 위에 한 송이가 핀다.

   
 
   
 
   
 
  연복초  
 

특이한 것은 옆에 피는 4송이는 꽃잎 5개, 수술 10개, 암술 5개인데 위에 핀 1송이는 꽃잎 4개, 수술 8개, 암술 4개이다. 수술 꽃 밥은 노랗고 암술머리는 희다.

이 풀꽃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공원이나 화단에는 별로 심어져 있지 않아 주변에서 꽃을 직접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엔 들꽃에 관심이 많아지고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많은 사람들이 꽃 사진을 찍어 퍼트리는 바람에 연복초 꽃 사진은 궁금하면 도감이나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직접 보려면 4~5월에 꽃이 피니 그 기간에 짬을 내어 가까운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찾거나 자생지를 찾는 발품을 팔면 된다.

꽃이야 그렇다 치지만 열매와 씨는 다르다. 잡초처럼 수십 수백 포기가 무리지어 자라도 결실 율이 낮아 잘 익은 열매를 찾기가 어렵다. 어린 열매가 달려도 익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고, 익을라치면 줄기와 잎이 누렇게 되어 시들어버린다.

관심을 가지고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연복초는 익은 열매를 만나주지 않는다. 그러니 모처럼 큰 맘 먹고 산의 자생지를 한두 번 찾아 헤매는 것으로는 허탕 치기 일쑤다. 어쩌다 열매와 씨를 직접 보고 만지게 되는 게 행운인 까닭이다.

나 역시 연복초가 떼 지어 자라는 풀밭에 무릎 꿇고 절하기를 수십 번 하던 끝에 열매와 씨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화장실 옆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열매를 발견하고 기쁜 나머지 땅에 엎드려 엉덩이를 높이 들고 열매 사진을 찍는데 그런 모습이 우스웠는지 지나가는 이가 키득거렸다. 그날은 2009년 6월 4일, 난생 처음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숲 해설을 하기도 했다.

열매는 사리함인 듯 보이고 뚜껑이 덮인 우승컵 같기도 하다. 어찌 보면 뿔난 구슬 같기도 하다. 열매 아래서 1/2~2/3까지는 항아리처럼 둥글고, 그 지점 옆에는 빙둘러가며 3~5개의 아주 좁은 날개가 수평으로 붙어 있다.

   
 
   
 
   
 
  열매  
 

그 위에 날개 안쪽은 솥뚜껑을 덮어놓은 듯 볼록하고 가운데는 암술머리가 솟아있다. 이래서 옆에서 보면 사리함이나 우승컵 같기도 하고 밑이 긴 솥 같기도 하다. 위에서 보면 별모양이나 5각형으로 보인다.

매에 직접 달린 자루는 없다. 그러나 열매가 달린 열매송이 자루는 길이 4~7cm, 지름 0.5~1.0㎜이다. 열매 송이는 초기 어린 열매는 5개까지 달리나 익으면 1~2개만 남는다. 익은 열매 3개까지 달려 있는 열매송이도 드물다.

열매송이 자루는 열매가 익을수록 아래를 향하여 시계태엽처럼 1~2바퀴 도르르 말리고 열매는 잎과 줄기 아래로 숨게 된다. 때문에 열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녹색 그대로 이거나 진청색이 된다. 크기는 높이(길이) 5~7㎜, 지름(대각선) 6~9㎜이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뜨나 싱싱한 것은 가라앉기도 한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어린 열매는 단단한 편이나 익으면 말랑말랑하며 손가락으로 누르면 껍질이 잘 터지며 즙이 나온다. 그 때 냄새가 나는데 역겨운 듯 끌리는 듯 이상야릇하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 있다.

씨는 납작한 타원형이다. 가장자리에 좁게 날개가 달려 있다. 색은 즙에 섞여 있을 때는 투명한 회백색 겔 안에 흰 알이 들어 있는 듯하나 마르면 흰색이다. 크기는 길이 3.5~5.0㎜, 너비 2.5~3.5㎜, 두께 0.5~1.0㎜이다. 광택은 없고 창백해 보인다. 물에 뜨나 오래두면 가라앉기도 한다.

연복초는 자기의 분신인 열매를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면 뿌리줄기의 비늘눈으로도 번식을 할 수 있어 열매를 많이 맺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열매가 적고 잘 안 보이는 것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비늘눈으로 번식하는 것에 만의 하나 이상이 생길 때를 대비하여 열매를 잎 속에 숨기고 있다가 쉬 떨어뜨려 땅속에 묻히게 함으로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말 못하는 풀의 뜻을 어찌 정확히 알랴마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가 끊어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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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볼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출처 : 희망과 행복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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