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인지 이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이 있는 데 실제로 노각나무를 관찰하면 그런 설들에 대하여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다음에는 열매가 뾰족한 것이 사슴뿔과 비슷하다 하여 녹각(鹿角)나무라 하다가 노각나무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이 역시 열매를 아무리 보아도 사슴뿔과는 닮은 점이 없으니 아리송하기만 하다.
노각나무는 금수나무(錦繡木), 비단나무, 노가지나무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 이들 이름 모두 줄기에 있는 얼룩무늬의 아름다움을 비단 등에 빗대어 지은 이름이다. 이중 노가지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노각나무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럼 노각나무의 줄기 무늬는 어떻게 생겼을까? 노각나무 줄기나 가지는 보통 회색과 회갈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라면서 줄기나 가지의 껍질이 벗겨지고 오래된 나무 일수록 껍질이 벗겨지면 회백색, 회갈색 무늬와 함께 황홍색, 주황, 주홍색 무늬가 나타나며 겉이 매끄러워진다.
어린열매 절단 모습 | ||
노각나무 줄기무늬 | ||
노각나무 열매는 익어가면서 모양이 변한다.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고 수술이 다 떨어진 때에는 30~70도 각도로 벌어진 녹색 꽃받침 속에 위 주둥이가 5갈래(암술머리다)로 갈라진 연녹색이나 유백색 호리병을 담아놓은 모양이다.
열매 겉에는 비단결같이 고운 흰 잔털이 나 있다. 이런 열매는 익어가면서 굵어지고 열매와 떨어져 있던 꽃받침이 열매에 딱 달라붙게 된다. 갈라져 있던 암술머리는 한 가닥처럼 꼬여 수직으로 서게 되어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 항아리 모양이 된다.
위 끝이 짧은 것은 열매 옆 중간 부위까지 딱 달라붙은 꽃받침으로 인하여 깃봉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익으면 익을수록 위 끝이 좁아져 뾰족해지면서 길어지고 겉에 있던 세로로 난 골 부위가 들어가고 볼록한 부위는 올라와 능각을 이룬다. 그렇게 해서 5개의 능각과 약간 오목한 5개의 면을 가진 주둥이가 가늘고 긴 5각뿔이 된다.
씨가 잘 영글어 밖으로 내보낼 무렵이 되면 가늘고 긴 주동이가 80~70도 각도를 하여 5조각으로 갈라지고 이때 한 줄로 꼬여 있던 암술머리 역시 5개로 갈라져 각 조각의 끝에 하나씩 붙는다. 이 때의 모습은 어찌 보면 왕관을 닮은 듯 하다 각 조각 끝에 붙은 암술머리는 뒤로 말려져 있으나 대부분은 떨어져서 붙어 있지 않다.
익어 벌어진 열매 | ||
노각나무 씨 | ||
꽃받침은 초기에는 안과 밖 모두 녹색이나 익으면 밖은 회색이나 은회색으로 짧고 가늘고 고운 비단실 같은 털이 아주 빽빽하게 나 있어 마치 벨벳(융단) 같고, 안은 진한 적갈색이며 밖보다는 털이 훨씬 덜하다.
크기는 길이 8~13㎜, 너비 6~10㎜, 두께 0.5㎜정도다. 가장자리에는 깃털 같은 부드럽고 긴 흰 털이 나 있어 톱니처럼 보인다.
꽃받침 아래에는 혀 모양의 외부 꽃받침 2개가 붙어 있으며, 등 쪽이 얕은 능각처럼 튀어나와 있고 크기는 길이 4~7㎜, 너비 3~4㎜, 두께 1~2㎜이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갈색, 적갈색 또는 황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2.0~3.5cm, 지름 8~15㎜이다. 광택은 없으며 겉에 잔털이 많다. 물에 뜬다.
열매는 익으면 위 끝부터 능각이 5조각으로 벌어지고 갈라져 씨를 내보낸다. 각 조각에는 1~3개의 익은 씨가 들어 있으니 전체로는 5~ 15개의 씨가 들어 있는 셈이다. 덜 익은 씨도 많이 들어 있기도 한데 익은 씨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다. 열매 껍질은 딱딱하고 가장자리의 두께는 1~2㎜이다.
씨는 가운데가 도톰하며 가장자리가 날개처럼 얇은 타원형이다. 아래는 약간 좁고 열매자루에 붙은 자욱이 남아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나 연녹색이며 익으면 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4.5~6.5㎜, 너비 4~5㎜, 두께 1.5~2.0㎜이다. 씨 알갱이는 희고 씨 껍질은 딱딱하며 두께는 0.2㎜ 정도이다. 광택이나 윤기는 없으며 겉은 매끄럽지 않다. 물에 뜬다.
모든 열매가 익으면서 변하기 마련이지만 노각나무는 그 변화가 다양하고 시기에 따라 차이가 확실하게 구별된다. 이런 열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며 늙어가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길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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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볼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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