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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기열의 씨알여행103-계수나무.잎은 향기 나고, 씨는 날개 달고 하늘 날아

대봉산 2010. 11. 24. 23:44

계수나무(Cercidiphyllum japonicum)는 은행나무처럼 암수딴그루다. 암나무는 암꽃이 피어 열매를 맺지만 수나무는 수꽃만 피어 꽃가루만 생산할 뿐 열매를 맺지 못한다.

   
 
   
 
계수나무 꽃을 알려면 먼저 겨울눈(冬芽)을 알아야 한다. 겨울눈은 곁눈(側芽)과 끝눈(頂芽, 꼭지눈)이 있고 이들은 모두 한 쌍이 마주 난다. 계수나무 줄기가 2개로 붙어 크고 가지 끝이 V자를 이루는 이유이다.

겨울눈 중 곁눈은 혼합눈이 보통이다. 꽃눈과 잎눈이 같이 들어 있다는 말이다. 겨울눈은 눈비늘(芽鱗) 2조각으로 싸여있다. 바깥쪽 눈비늘 1개를 살짝 떼면 그 속에 잎눈이 보인다.

   
 
  계수나무 암꽃  
 
꽃이 잎겨드랑이에 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하나의 눈비늘을 떼어내면 그 곳에 꽃눈이 보인다. 꽃눈은 1개의 얇은 포(苞)로 싸여 있다. 암술의 경우 이 포를 벗겨내면 4조각의 흰빛이 도는 연한 녹색의 꽃받침이 나타나고, 이것은 암술을 받침과 동시에 암술 아래부위를 싸고 있다.

꽃잎은 없고 꽃잎 대신 포(苞)가 꽃술을 싸고 있다. 수꽃은 수십 개의 수술이 모여 달리고 암꽃은 4개(드물지만 2, 3개 또는 5개도 있음)의 암술을 달고 있다. 암술의 아래부위는 도톰하며 길이 2~6㎜로 연녹색을 띠고 그 위에 붙은 암술머리는 길이 4~10㎜의 실이나 줄 같으며 가운데는 연노란 색을 띠고 나머지 부분은 자주색이나 붉은색이다.

계수나무 원산지는 일본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일제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 모수(母樹)가 국립수목원에 있다. 계수나무 껍질을 향신료로 쓰는 계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계피와 계수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계피는 Cinnamomum속의 열대식물인 육계나무와 계피나무 껍질이다.

계수나무는 꽃도 특이하지만 백미(白眉)는 잎이다. 봄에 나는 어린잎이나 싹이 나 자라는 어린 나무의 잎은 적자색이나 자주색을 띤다. 자외선이나 적외선, 벌레의 피해를 막아 잎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이들 잎이 자라 여름을 맞으면 녹색이 되어 무성하다. 여름이 지날 무렵이면 다른 나무보다 일찍 단풍이 들어 가을이 옴을 알린다.

가을날 계수나무 아래를 걸어보라.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만난다. 모양은 하트 같고, 연붉은 색의 주맥(主脈) 5~7개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단풍든 시기에 따라 노랑, 연한 주황, 흰색에 가까운 단풍잎들이 섞여 있어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잎이 그다지 두껍지 않아 햇빛이 오는 방향으로 바라보면 색색의 등불이 흔들리는 듯 하다.

걸음을 멈추어 바라보고 만지다 보면 향기에 취하게 된다. 솜사탕 향 같기도 하고 사과향이나 바나나 향 또는 연한 박하사탕 향 같기도 하다. 누구는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한다. 그런 향기는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만든 향수는 진하면 때론 역겹기도 하지만 계수나무 잎이 내뿜는 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열매  
 
은은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고 오래 간다. 이게 천연향의 특징이다. 많은 자료에 꽃에서 향기가 난다고 되어 있지만 꽃에서는 거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향기는 꽃이 아니라 잎에서 났다. 잎도 녹색일 때는 거의 향기가 나지 않고 단풍이 들어야 난다. 낙엽을 주어다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린 다음 바구니에 담아 거실이나 안방에 놓으면 집안이 향기로워진다. 덩달아서 부부사이도 더 살가워진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단풍잎이 겨울을 맞는 모습을 보라.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심장모양의 마지막 잎 하나, 그 잎이 끝내 떨어지는 모습은 애처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모습이 살려고 몸부림치다 끝내 생을 마감하는 한 사람의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낙엽이 지면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열매가 많이 보인다. 가지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가지 옆에 10~15cm 간격으로 마주 달린 열매가 제 세상을 만난 듯 한껏 뽐낸다. 그러나 다른 나무와 달리 가지 끝에는 열매가 없다.

열매는 위 끝이 침처럼 뾰족한 원기둥이다. 몽키 바나나 같다고도 하고 땅에 떨어져 물에 젖은 것을 보면 벌레 같다고도 한다. 열매자루는 5㎜이하로 짧으며, 1개 열매자루에 대부분 4개의 열매가 모여 달리나 때론2~5개도 달린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을수록 연노란 갈색으로 변하고 익으면 갈색이나 검은 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5~2.0cm, 지름 3~4㎜이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럽지 않고 미세하나마 거친 편이다. 물에 뜬다.

   
 
   
 
열매는 익으면 스스로 바깥쪽(등쪽) 이음선(봉합선)이 세로로 벌어져 씨를 내보낸다. 껍질은 딱딱하고 단단하며 두께는 0.4~0.6㎜이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열매 안에 2줄로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씨의 굵고 큰 쪽이 아래를 향하여 열매 안에 들어있는데, 계수나무 씨는 반대다. 씨 알갱이가 있는 굵고 큰 부위가 열매 위를 향하여 들어 있다. 마치 기와를 겹겹이 포개어 놓은 듯 질서정연하게 들어 있다.

씨는 자루 없는 긴 도끼날 같다. 씨 알갱이가 있는 부위는 도톰하고 그 아래는 날개로서 얇다. 전체적으로는 위가 두껍고 아래가 얇은 직사각형이나 씨 알갱이 부위가 경사져 있고 날개 끝은 좁고 사선을 이룬다. 색은 초기에는 연노란 색이나 흰색이며 익으면 연한 갈색이나 누런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4.5~6.5㎜, 너비 2~3㎜, 두께(날개) 0.1~0.2㎜이다. 광택은 없다. 겉은 앞뒤면 모두 가로로 가는 돋음 선과 얕은 골이 반복하여 여러 개 주름져 있다. 여러 개를 쌓아놓은 모습은 얼핏 보면 변산반도의 채석강 바위 같기도 하다. 가벼워 물에 뜬다.

씨 알갱이는 납작 도톰한 타원형에 가까우며 크기는 길이 2~3㎜, 너비 1.0~1.5㎜, 두께 0.5~0.8㎜이다.
잎 중에서 계수나무 낙엽만큼 좋은 향기를 내는 것도 드물다. 가을날 단풍이 든 계수나무 아래를 걸어보라. 멋진 향기의 향연에 감탄하리라. 그리고 스스로 몸을 푸는 엄마의 품을 떠나 하늘을 날아 멀리 여행을 떠나는 씨를 바라보라. 생명은 외로운 것임을 실감하리라.

출처 : 희망과 행복의 샘
글쓴이 : futureopen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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