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습니다.” (승찬대사와 도신대사)
옛날 삼조 승찬대사께서 연소에 깨닫고 산중에 계시면서 법을 전하려 기다리고 계시었다.
그 때 하루는 나이가 80이나 가까운 노인이 찾아와서 삼조께 절하여 뵈면서
“제가 법을 받으러 왔습니다.” 했다.
삼조께서 “당신이 법을 받을 수 있나 한 번 일러보라.” 하니
노인이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습니다.” 했다.
삼조께서 “다시 한번 일러보라.” 하니
노인이 “밥그릇이 이미 깨졌습니다.” 했다.
삼조께서 “법을 전하려니 노장이 먼저 죽겠오이다.” 하니
노인이 “몸을 바꾸어 다시 오겠습니다.” 했다.
노인은 일어나 뜰 앞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신표로 남겨 놓고는,
“제가 다녀 오겠습니다.” 라며 걸망지고 하산하여 시냇가에서 빨래하는 한 처녀 옆에
짐을 놓고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이 하나 있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룻 저녁
그대 집에서 쉬어 가고자 하니 허락하기 바라오.”
처녀는 미더운 까닭에 쾌히 응락하였고 노인은 하루 묵어가게 되었다.
그 날 저녁으로 노인은 곧 입정에 들어 한 식경을 보내더니 곧 바로 홀연 입적하여 버렸다.
처녀는 그 후로 묘한 증상을 일으키더니 그만 잉태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10개월 후에는 어김없이 사내 아이를 순산하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애를 낳고 보니 소녀는 이제 어미가 되었으나 어찌할 바를 몰라
시냇물에 애를 띄어보낼 심산을 하였겠다.
그런데 여기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났으니 갑자기 온 곳을 알 수 없는 학 한 마리가
아기를 물가로 밀어 멈추게 하고는 깃을 펴서 아기를 보호하고 때가 되면 먹을 것을
날라 배고픔을 면하도록 하는 등 상서롭기가 여간 아니었다.
처녀 아기 엄마도 이제는 깜짝 놀라 스스로 “이 아이는 보통 애가 아니구나.
숨어 살더라도 내가 키워야 옳겠다.” 고 마음을 고쳐 먹고는 15년간 잘 키워 나갔다.
똑똑하고 영악해서 무럭무럭 자란 이 사내 애가 어느날 드디어 그 어미 앞에
무릎을 꿇고 청하기를, “어머니, 저는 이제 때가 되었으니
산에 들어가 스승을 찾아 공부해야 되겠습니다.”
의젓하고도 당당하며 투철하고도 명백한 일이었다.
올 것이 또 온 것이라 어미도 아무 말 못하고 끄덕이니
소년은 어머니의 승낙을 얻자 출가하여서는 곧장 삼조대사를 찾아 오는 것이었다.
그 때 그 소년이 삼조께 와서 읊은 게송이
삼삼백수하청산(參參白鬚下靑山)
팔십년래환구면(八十年來還舊面)
인각소년송자로(人却少年松自老)
시지종차환인간(始知從此還人間)
날리는 흰 머리로 청산을 떠나
80년 살아온 옛 얼굴을 바꾸었네.
사람은 문득 소년인데 소나무는 늙었으니
다시 태어나 돌아왔음을 이로써 알겠구나.
삼조께서 문득 이 소년이 옛날의 그 노인임을 아시고 인가하시니
이 이가 바로 사조 도신(道信)대사이시다.
※생사에 자재하니 일체의 고액을 다 건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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