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의 나무이름 유래담
한국의 식물 유래담은 대부분이 해당 식물의 형성
이유에 관한 것이고 그 결과 얻게 된 형상 때문에 지금의 명칭이 생겨났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말채나무와 같이 전설의 이용 용도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그 나무의 형상이 주는 이미지에서 이름이 유추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전설과 설화. 일상의 생각으로는
선뜻 믿기 어려운 그러저러한 옛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더러는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줄거리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제법 때와 장소와 주인공이
특정화된 그럴 듯한 이야기도 있다. 한국 전설의 일반적인 특성은 은혜를 보답하는 보은형(報恩型), 효성이나 감동의 기적 같은 감응형(感應型),
죽었다가 변신해 살아나는 화인형(化人型), 서로 돕고 길러주며 보호하는 보육형(保育型)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전설의 내용은 그
유형에서 일정한 단계로 전개된다. 먼저 한 때 어려움이 있으나 착하면 행복이 찾아오고 호사하더라도 나쁜 짓을 하면 멸망한다는 줄거리이다.
다음으로 순리로 돌아간다는 귀의(歸依)의 사상이다. 즉 뿌린 만큼 거두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줄거리이다. 마지막으로 겸손이다. 자신 없음을
깨우치고 느긋하게 남에게 베푸는 내면의 겸손함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전설의 특징은 식물의 탄생화 또는 식물명 유래담에서도 비슷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식물전설은 슬픈 내용 많아
“한국의 풀꽃나무 전설은 어느 누가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병이 들거나 죽어 어떤 식물로 변했다는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그 어쩔 수 없는 일은 대개가 일상의 생활에서 비롯된 가난한 삶의
조건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슬픔이 많다. 또한 전통적인 가족관계, 고부간의 갈등 등도 슬픈 내용이 많은 이유가 된다.”
예컨대 할미꽃은 가난하고 늙은 할머니가 딸을 찾아갔으나 학대받고 돌아오는 길에 쓰러져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혼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 곧 할미꽃은 흰털과 굽은 꽃줄기 등이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는 데서 그 이름이 붙었으나 그 배경에는
가난한 생활이 설정돼 있다. 그리고 꽃며느리밥풀은 시어머니의 학대를 받은 며느리가 죽어 묻어둔 무덤 가에서 탄생한 풀이다. 꽃며느리밥풀 역시
며느리가 혀끝에 밥풀을 물고 내미는 형상이 주는 이미지에서 명칭이 유추됐으나 그 배경에는 고부간의 갈등이 있다.
나무
이름은 형상의 전설에서 유추돼
다음으로 나무의 전설은 어떤가. 한국의 민담과 설화에 나오는 나무는 신성함과 풍요와 생산능력에 대해
묘사한 것이 많다. 금은보화 또는 재물이 될 만한 것을 내려주는 이상한 나무 이야기는 효성스런 소년 등의 착한 마음씨에 대한 은혜갚음과
결부된다. 선한 사람에게는 보답을 하지만 욕심쟁이에게는 가차없는 응징을 가한다.
이상한 나무의 열매를 먹으니 치성을 드리던
여인에게 태기가 있어 아기를 낳고, 나무에 기대어 잠자던 선녀가 나무의 정기를 얻어 아이를 낳은 이야기, 홍수나 적군 그리고 호랑이에 쫓기는
사람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며 보호하는 나무의 모성적 속성이 묘사된 이야기도 있다. 또한 정자나무 뿌리 밑에 물이 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먹고
논에도 댈 수 있는 샘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신성한 나무의 관념은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 있다. 나무를 베니 피가 솟았다든지, 나무를
베는 사람을 잡아가는 도깨비가 나무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오동나무 등과 같은 풍수지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산림(2004년 2월호)』에서 설명한 진달래와 개나리처럼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하기도 했다. 또한 꿈속의 향기와 닮은 꽃의
전설에서 유래한 나무이름으로는 서향이 있으며, 말채나무와 같이 이용용도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그 나무의 형상이 주는 이미지에서 이름이
유추되는 나무이름 유래담도 있다.
개나리는 나쁘고 진달래는 좋은 꽃이라니…
개나리의 이름은 보통 ‘나리’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못한 ‘나리’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의 전설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를
선택해 붙여진 유래가 더 재미있다. 진달래의 이름도 이 식물의 전설에서 나무꾼의 이름자 성인 진(陳)자와 딸의 이름인 ‘달래’를 합쳐 붙여진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봄꽃도 한때’라는 옛말이 있다. 그렇게도 활짝 피어나는 개나리꽃의 노란빛 물결도 어김없이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진리. 아직도 피어날 개나리의 꽃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려함은 한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동요를 불러보며 잠시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다가올 봄날의 즐거움이다. 개나리꽃을 벗삼아 봄나들이를 할 때에
개나리는 ‘왜 개나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맛이 없는 ‘나리’의 종류를 ‘개나리’라고 부르는 것에만 집착하면
재미가 없으니 다음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개나리는 ‘변변치 못한 나리꽃’인가
일반적으로
개나리는 ‘나리(백합을 일컫는 우리말)’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못한 ‘나리’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의 국문학 서적에도 개나리가
‘품질이 떨어지는 나리꽃’이라는 뜻으로서, 접두사 ‘개’의 ‘질이 낮은, 막되어 먹은, 야생의’라는 의미와 ‘나리’가 결합한 접두파생어라고
설명돼 있다. 이렇듯 일반인은 물론 국문학자까지 그렇게 쓰는 것을 보면 개나리는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정말 그런 뜻의 이름일까. 너무 편한 해석이 곧 정답일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필자 나름의 풀이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를 보자.
첫째는 개나리의 꽃이 ‘나리’의 꽃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외형상의 전체 이미지가 ‘나리’를 연상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꽃이 너무 작고 무리로 피는 형상의 이미지가 더 강한데도 홀로 크게 피는 ‘나리’를 연관시키기에 무리가 따른다.
그러니까 개나리라고 이름한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면 사실 할말은 없다.
둘째는 이름이 너무도 독특한 우리말인 동시에 너무도 쉬운
풀이가 가능한 현재의 우리말이 합쳐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는 뜻풀이를 만들어냈던 것이라고 보아진다. 필자는 이
점에 의문이 많을 수 있다고 여겼다.
셋째는 개나리가 ‘개+나리’의 형태라고 보았을 때에 ‘나리’는 ‘새가 날다’라고 할 때의
‘날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까마귀를 소재로 한 개나리의 전설과 관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개나리의 꽃은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전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새를 무척 좋아하는 공주가 새장을 채우기 위해
신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구해오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며칠이 지난 후 한 늙은 신하가 가져온 새는
깃털의 노란빛이 무척 화려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냈다. 공주는 이 새를 새장 속에 넣기로 하고 노인에게 많은 상금을 주었다.
그런데 공주가 이 새를 목욕시키자 새까만 까마귀로 변하고 만다. 신하에게 속은 공주는 울화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후 공주의
무덤가에서는 노란빛의 꽃이 새장의 모습으로 돋아났는데, 이 꽃이 바로 개나리였던 것이다.
즉 개나리라는 이름은 이 전설에 따라
‘새가 날아가는 꽃’이라는 뜻에서 방언으로 ‘새날이’를 쓰다가 ‘개날이’가 됐고 이어서 오늘날의 ‘개나리’로 기록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물론 필자의 추측이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이름의 유래이다.
개나리는 ‘개똥’과 ‘나리양반’에서 유래
넷째는 우리나라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전설에 따른 개나리 이름의 유래는 민속식물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필자가 가장 의미있게
풀이하는 부분이다. 먼저 전설의 내용을 간추려 보자.
옛날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그 집 주인인 나리양반은
“우리집에는 개똥도 없소” 하고 말하면서 박대를 한다.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한다. 그러자 스님은 시주를 해준 가난한
사람에게 짚으로 멱둥구미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된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나리양반은
다음 해에 중이 또 찾아오자 이번에는 쌀을 시주한다. 그러나 스님이 준 멱둥구미에는 가난한 사람과는 달리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리양반이 놀라 개똥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 두었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났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필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오랜 옛날부터 전하는 내용이다. 이 전설을 보면 ‘개똥’과 ‘나리양반’이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그렇게 볼 때에 개나리의 이름은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왕자 또는 지체 높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를 선택해 붙여진 것으로 풀이하면 어떨까. 민속식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개나리 이름에 이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며 헛된 풀이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개나리의 이름은 1949년에 나온 어느 식물명집에 ‘어사리’라고도 기록하고 있어 ‘왕명을 따르는 관리(어사)의 꽃’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이것
역시 개나리를 ‘나리양반’과 관련시킨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개나리가 옛날에도 궁궐이나 지체 높은 사람의 집에 즐겨 심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나리양반’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개나리를 ‘개나리꽃나무’라고 이름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개’자를 붙인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음에 주목된다. 이는 이 전설의 개나리 이름과 관련시켜 보았을 때에 주목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변변치 못함’을 뜻하는 접두사 ‘개’자가 들어간 식물이름을 모두 없애고 다른 이름으로 바꿨는데도 유독 ‘개나리꽃나무’만은 ‘개’자를 그대로
뒀다. 즉 ‘개나리꽃나무’에서의 ‘개’자는 ‘변변치 못함’을 뜻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개’자를 그대로 썼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따라서 개나리는 ‘개+나리’의 형태인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는 이름으로 풀이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
또한 필자 나름의 해석임을 밝히니 믿거나 말거나를 따지지 말았으면 한다.
진달래도 개나리의 이름 유래와 비슷해
덧붙여서 아니지만 개나리가 필 즈음에 꽃이 피는 진달래의 이름도 개나리의 이름 유래와 비슷하게 생각돼 여기에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진달래의 이름도 개나리의 이름처럼 ‘진+달래’의 형태로 이루어진 접두파생어이다. 진달래의 이름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달래보다 좋은 진짜의
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꽃의 빛깔이 달래의 꽃보다 진한 데서 유래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은어로서 어린 소녀를 연달래, 성숙한 처녀를
진달래, 주부의 여인을 난(蘭)달래라고 하는 데서 젖꼭지 빛깔을 연달래, 진달래, 난달래로 비유한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또한
진달래의 이름은 꽃잎을 먹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달래’와 관계시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어색한 느낌이 있다. 진달래의 이름 역시
개나리의 우리 전설유래처럼 비슷하게 전하는 전설이 있다. 진달래의 이름과 관련된 내용이다.
하늘나라 선녀의 다리를 치료하여 준
나무꾼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선녀와 결혼하고 예쁜 딸을 낳아 이름을 달래라고 짓는다. 어느덧 예쁘게 자라난 달래가 새로 부임한 사또의 첩이 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자, 이에 화가 난 사또는 달래를 죽인다. 이때 나무꾼도 딸을 안고 울다가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런데 달래의 시체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나무꾼의 시체에는 빨간 꽃이 피어 무덤을 만든다. 그후 사람들은 이 꽃을 나무꾼의 이름자 성인 진(陳)자와 딸의 이름인 ‘달래’를
합쳐 진달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튼 개나리의 이름은 ‘품질이 떨어지는 나리꽃’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민속식물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이러한 뜻의 이름에 전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개나리의
이름은 우리의 전설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를 선택해 붙여진 유래에 관심이 많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진달래
이름의 유래도 마찬가지이다. hssong1@hanmail.net
개나리와 진달래 알아보기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전국 산야의 표고 50~2,000m 사이의 어디서나 군생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 3m까지 자라며, 밑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큰 수형(樹形)을 만든다. 어느 곳에서든지 잘 생육하는 중생식생(中生植生)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생이다. 맹아력이 좋고
내조성(耐潮性)이 강하여 해변가에서도 잘 자라나 도시 대기오염에는 약하여 도심지에서는 생장이 불량하다.
꽃은 양성화로서 3~6개로
정생(頂生)하며 화관은 지름 3.0~4.5cm로 엷은 홍색이고 4월에 잎보다 먼저 핀다. 열매는 길이 2cm 정도의 삭과로서 짧은 기둥모양이고
밀포하였으며 10월에 익는다.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잎을 생식하거나 꽃잎에 술을 넣어 두견주를 담근다. 흰꽃이 피는 것을
흰진달래, 소지·엽·엽면 및 엽병에 털이 있는 것을 털진달래, 잎이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인 것을 왕진달래, 잎의 표면에 윤채가 있고 양면에
사마귀 같은 돌기가 있는 것을 반들진달래, 열매가 약간 세장(細長)한 것을 한라산진달래라고 한다.
개나리(Forsythia
koreana Nakai)
전국의 표고 800m 이하의 산야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 3m 정도 자라고 밑에서 많은 줄기를
내어 포기를 이루며 높은 곳에서는 밑으로, 낮은 곳에서는 위로 자라는 특성이 있다. 음지, 양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건조에 잘 견디며
공해에도 강하여 어느 지역에서나 적응이 잘 된다.
꽃은 4월에 밝은 황색으로 엽에 1~3개씩 달리며 소화경은 길이 5~6mm이다.
열매는 묘형이며 편평하고 길이 1.5`~2.0cm로서 9월에 익고 종자는 갈색으로 길이 5~6mm이고 날개가 있다.
우리나라
봄철의 대표적인 꽃나무로 노란꽃이 아름답고 토질을 가리지 않는다. 번식은 주로 봄철에 한다. 꽃의 길이 13~15mm로서 열편(裂片)은
선상(線狀) 장타원형(長楕圓形)인 것을 산개나리라 한다.
바로잡습니다. 지난 1월호의 ‘나무이름 유래’ 100쪽의 사진 설명 중
①번 사진이 조선식물향명집, ②번 사진이 조선삼림식물편, ③번 사진이 조선식물명휘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개나리는 나쁘고 진달래는 좋은 꽃이라니…
개나리의 이름은 보통 ‘나리’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못한 ‘나리’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의 전설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를
선택해 붙여진 유래가 더 재미있다. 진달래의 이름도 이 식물의 전설에서 나무꾼의 이름자 성인 진(陳)자와 딸의 이름인 ‘달래’를 합쳐 붙여진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봄꽃도 한때’라는 옛말이 있다. 그렇게도 활짝 피어나는 개나리꽃의 노란빛 물결도 어김없이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진리. 아직도 피어날 개나리의 꽃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려함은 한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동요를 불러보며 잠시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다가올 봄날의 즐거움이다. 개나리꽃을 벗삼아 봄나들이를 할 때에
개나리는 ‘왜 개나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맛이 없는 ‘나리’의 종류를 ‘개나리’라고 부르는 것에만 집착하면
재미가 없으니 다음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개나리는 ‘변변치 못한 나리꽃’인가
일반적으로
개나리는 ‘나리(백합을 일컫는 우리말)’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못한 ‘나리’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의 국문학 서적에도 개나리가
‘품질이 떨어지는 나리꽃’이라는 뜻으로서, 접두사 ‘개’의 ‘질이 낮은, 막되어 먹은, 야생의’라는 의미와 ‘나리’가 결합한 접두파생어라고
설명돼 있다. 이렇듯 일반인은 물론 국문학자까지 그렇게 쓰는 것을 보면 개나리는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정말 그런 뜻의 이름일까. 너무 편한 해석이 곧 정답일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필자 나름의 풀이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를 보자.
첫째는 개나리의 꽃이 ‘나리’의 꽃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외형상의 전체 이미지가 ‘나리’를 연상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꽃이 너무 작고 무리로 피는 형상의 이미지가 더 강한데도 홀로 크게 피는 ‘나리’를 연관시키기에 무리가 따른다.
그러니까 개나리라고 이름한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면 사실 할말은 없다.
둘째는 이름이 너무도 독특한 우리말인 동시에 너무도 쉬운
풀이가 가능한 현재의 우리말이 합쳐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는 뜻풀이를 만들어냈던 것이라고 보아진다. 필자는 이
점에 의문이 많을 수 있다고 여겼다.
셋째는 개나리가 ‘개+나리’의 형태라고 보았을 때에 ‘나리’는 ‘새가 날다’라고 할 때의
‘날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까마귀를 소재로 한 개나리의 전설과 관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개나리의 꽃은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전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새를 무척 좋아하는 공주가 새장을 채우기 위해
신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구해오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며칠이 지난 후 한 늙은 신하가 가져온 새는
깃털의 노란빛이 무척 화려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냈다. 공주는 이 새를 새장 속에 넣기로 하고 노인에게 많은 상금을 주었다.
그런데 공주가 이 새를 목욕시키자 새까만 까마귀로 변하고 만다. 신하에게 속은 공주는 울화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후 공주의
무덤가에서는 노란빛의 꽃이 새장의 모습으로 돋아났는데, 이 꽃이 바로 개나리였던 것이다.
즉 개나리라는 이름은 이 전설에 따라
‘새가 날아가는 꽃’이라는 뜻에서 방언으로 ‘새날이’를 쓰다가 ‘개날이’가 됐고 이어서 오늘날의 ‘개나리’로 기록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물론 필자의 추측이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이름의 유래이다.
개나리는 ‘개똥’과 ‘나리양반’에서 유래
넷째는 우리나라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전설에 따른 개나리 이름의 유래는 민속식물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필자가 가장 의미있게
풀이하는 부분이다. 먼저 전설의 내용을 간추려 보자.
옛날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그 집 주인인 나리양반은
“우리집에는 개똥도 없소” 하고 말하면서 박대를 한다.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한다. 그러자 스님은 시주를 해준 가난한
사람에게 짚으로 멱둥구미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된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나리양반은
다음 해에 중이 또 찾아오자 이번에는 쌀을 시주한다. 그러나 스님이 준 멱둥구미에는 가난한 사람과는 달리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리양반이 놀라 개똥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 두었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났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필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오랜 옛날부터 전하는 내용이다. 이 전설을 보면 ‘개똥’과 ‘나리양반’이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그렇게 볼 때에 개나리의 이름은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왕자 또는 지체 높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를 선택해 붙여진 것으로 풀이하면 어떨까. 민속식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개나리 이름에 이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며 헛된 풀이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개나리의 이름은 1949년에 나온 어느 식물명집에 ‘어사리’라고도 기록하고 있어 ‘왕명을 따르는 관리(어사)의 꽃’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이것
역시 개나리를 ‘나리양반’과 관련시킨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개나리가 옛날에도 궁궐이나 지체 높은 사람의 집에 즐겨 심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나리양반’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개나리를 ‘개나리꽃나무’라고 이름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개’자를 붙인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음에 주목된다. 이는 이 전설의 개나리 이름과 관련시켜 보았을 때에 주목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변변치 못함’을 뜻하는 접두사 ‘개’자가 들어간 식물이름을 모두 없애고 다른 이름으로 바꿨는데도 유독 ‘개나리꽃나무’만은 ‘개’자를 그대로
뒀다. 즉 ‘개나리꽃나무’에서의 ‘개’자는 ‘변변치 못함’을 뜻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개’자를 그대로 썼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따라서 개나리는 ‘개+나리’의 형태인 ‘변변치 못한 나리꽃’이라는 이름으로 풀이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
또한 필자 나름의 해석임을 밝히니 믿거나 말거나를 따지지 말았으면 한다.
진달래도 개나리의 이름 유래와 비슷해
덧붙여서 아니지만 개나리가 필 즈음에 꽃이 피는 진달래의 이름도 개나리의 이름 유래와 비슷하게 생각돼 여기에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진달래의 이름도 개나리의 이름처럼 ‘진+달래’의 형태로 이루어진 접두파생어이다. 진달래의 이름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달래보다 좋은 진짜의
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꽃의 빛깔이 달래의 꽃보다 진한 데서 유래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은어로서 어린 소녀를 연달래, 성숙한 처녀를
진달래, 주부의 여인을 난(蘭)달래라고 하는 데서 젖꼭지 빛깔을 연달래, 진달래, 난달래로 비유한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또한
진달래의 이름은 꽃잎을 먹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달래’와 관계시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어색한 느낌이 있다. 진달래의 이름 역시
개나리의 우리 전설유래처럼 비슷하게 전하는 전설이 있다. 진달래의 이름과 관련된 내용이다.
하늘나라 선녀의 다리를 치료하여 준
나무꾼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선녀와 결혼하고 예쁜 딸을 낳아 이름을 달래라고 짓는다. 어느덧 예쁘게 자라난 달래가 새로 부임한 사또의 첩이 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자, 이에 화가 난 사또는 달래를 죽인다. 이때 나무꾼도 딸을 안고 울다가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런데 달래의 시체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나무꾼의 시체에는 빨간 꽃이 피어 무덤을 만든다. 그후 사람들은 이 꽃을 나무꾼의 이름자 성인 진(陳)자와 딸의 이름인 ‘달래’를
합쳐 진달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튼 개나리의 이름은 ‘품질이 떨어지는 나리꽃’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민속식물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이러한 뜻의 이름에 전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개나리의
이름은 우리의 전설 ‘개똥’에서 ‘개’자를 취하고 ‘나리양반’에서 ‘나리’를 선택해 붙여진 유래에 관심이 많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진달래
이름의 유래도 마찬가지이다. hssong1@hanmail.net
개나리와 진달래 알아보기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전국 산야의 표고 50~2,000m 사이의 어디서나 군생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 3m까지 자라며, 밑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큰 수형(樹形)을 만든다. 어느 곳에서든지 잘 생육하는 중생식생(中生植生)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생이다. 맹아력이 좋고
내조성(耐潮性)이 강하여 해변가에서도 잘 자라나 도시 대기오염에는 약하여 도심지에서는 생장이 불량하다.
꽃은 양성화로서 3~6개로
정생(頂生)하며 화관은 지름 3.0~4.5cm로 엷은 홍색이고 4월에 잎보다 먼저 핀다. 열매는 길이 2cm 정도의 삭과로서 짧은 기둥모양이고
밀포하였으며 10월에 익는다.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잎을 생식하거나 꽃잎에 술을 넣어 두견주를 담근다. 흰꽃이 피는 것을
흰진달래, 소지·엽·엽면 및 엽병에 털이 있는 것을 털진달래, 잎이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인 것을 왕진달래, 잎의 표면에 윤채가 있고 양면에
사마귀 같은 돌기가 있는 것을 반들진달래, 열매가 약간 세장(細長)한 것을 한라산진달래라고 한다.
개나리(Forsythia
koreana Nakai)
전국의 표고 800m 이하의 산야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 3m 정도 자라고 밑에서 많은 줄기를
내어 포기를 이루며 높은 곳에서는 밑으로, 낮은 곳에서는 위로 자라는 특성이 있다. 음지, 양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건조에 잘 견디며
공해에도 강하여 어느 지역에서나 적응이 잘 된다.
꽃은 4월에 밝은 황색으로 엽에 1~3개씩 달리며 소화경은 길이 5~6mm이다.
열매는 묘형이며 편평하고 길이 1.5`~2.0cm로서 9월에 익고 종자는 갈색으로 길이 5~6mm이고 날개가 있다.
우리나라
봄철의 대표적인 꽃나무로 노란꽃이 아름답고 토질을 가리지 않는다. 번식은 주로 봄철에 한다. 꽃의 길이 13~15mm로서 열편(裂片)은
선상(線狀) 장타원형(長楕圓形)인 것을 산개나리라 한다.
빛깔을 반영한 주요 나무이름
꽃의 빛깔은 우리말의 기본 색채어와 관련성이
있다. 국문학자들은 우리말의 색채어를 검은빛, 흰빛, 붉은빛, 노란빛, 파란빛이라면서 식물이름도 이런 5가지의 빛깔이 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나무껍질, 잎, 꽃, 열매 등 여러 성상이 나무이름에 직접 반영되기도 했고, 곰(검은빛)과 은(은빛) 등 비유빛깔로도
명명됐다. 이러한 빛깔속성의 나무이름은 편하고 쉽다.
우리말 색채어 나무이름에도 나타나
빛깔의 선호도는
개인차가 많지만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순위별로 보면 파란빛, 붉은빛, 푸른빛, 보랏빛, 오렌지빛, 노란빛 순으로 선호한다고 한다.
꽃의 빛깔은 흰빛이 33%로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노란빛이 28%, 붉은빛 20%, 파란빛과 보랏빛이 17% 순서이며, 그 밖의 빛깔이
2%다. 이렇게 볼 때에 빛깔의 선호도와 꽃의 빛깔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꽃의 빛깔은 우리말의 기본 색채어와
관련성이 있단다. 국문학자들은 우리말의 기본 색채어를 검은빛, 흰빛, 붉은빛, 노란빛, 파란빛으로 나누고 식물이름도 이런 5가지 빛깔이 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식물이름을 폭넓게 조사하거나 분석한 경우는 없지만 빛깔을 반영한 식물이름으로 국문학자들의 연구를 뒷받침해 줄
만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무이름을 예로 보면, 검은빛의 경우 검은재나무·검은구상 등이 있고, 흰빛은 백서향·백송, 붉은빛은
붉가시나무·붉나무·붉은가시딸기·단풍나무·주목, 노란빛은 노린재나무·황벽나무·황칠나무, 파란빛은 물푸레나무 등이 있다. 그밖에 보랏빛의
자두나무·자목련 등도 있다.
여러 성상이 나무이름에 반영돼
식물의 가지, 나무껍질, 털, 열매, 꽃, 잎의
빛깔에서 유래한 나무이름을 예로 보면 다음과 같다.
검은재나무는 일본이름에서 차용한 것으로 ‘검은, 재, 나무’의 합성어이다. 즉
‘검은’은 나무껍질과 열매가 검은빛을 띠는 데서 유래됐으며, ‘재’는 잎이나 가지를 태운 재를 회색의 염료로 이용한 데서 기인한다. 검은재나무의
이름유래는 불에 태울 때에 남는 재가 노란빛에서 유래한 노린재나무의 명명과는 약간 다르다.
붉은가시딸기는 ‘붉은빛의 가시털이 매우 빽빽이
나는 딸기나무’라는 뜻이 있다. 붉은가시딸기는 촘촘한 가시털이 검붉게 보이기도 하므로 곰의 빛깔과 비슷하다고 해서 곰딸기라고도 부른다.
붉은겨우살이는 열매가 붉은빛을 띠는 데서 유래했으며, ‘붉은빛 열매의 겨우살이’라는 뜻이 있다. 겨우살이의 이름은 겨울에도 다른
나무의 줄기 또는 가지에 붙어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명명됐다.
검은구상은 솔방울열매의 빛깔이 검은빛을 띠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며,
구상나무의 이름은 갈고리처럼 꼬부라진 모양을 뜻하는 구상(鉤狀)에서 유래하고 바늘모양돌기가 갈고리처럼 생겼다. 이밖에도 푸른구상은 열매의 빛깔이
녹색에서 황록색으로 변하는 데서 유래하며, 붉은구상은 열매의 빛깔이 붉은빛을 띠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노린재나무는 가을에
단풍이 든 잎을 태우면 노란빛의 재를 남기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와 비슷한 나무로서 섬노린재는 섬에 자라면서 노란빛의 재를 남기는
나무이고, 검노린재는 ‘열매가 검은빛으로 익는 노린재나무’라는 뜻이 있다.
단풍나무는 가을에 잎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때문에 ‘붉을
단(丹)’을 써서 이름했다. 단풍나무의 종류로서 내장단풍, 털단풍, 아기단풍, 당단풍, 좁은단풍, 왕단풍, 털참단풍, 서울단풍, 산단풍,
네군도단풍, 설탕단풍, 은단풍, 중국단풍, 꽃단풍 등도 단풍나무의 이름유래에서 덧붙여진 이름이다.
물푸레나무는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물이 파란빛(푸른빛)을 띤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쇠물푸레, 좀쇠물푸레, 백운쇠물푸레 등도 물푸레나무의 이름유래에서 덧붙여졌다.
한자로 수청목(水靑木)이라는 것도 물푸레나무 이름의 뜻과 같다.
백서향은 ‘흰빛으로 꽃이 피는 서향나무’라는 뜻이 있다.
백송은
나무껍질이 백록색을 띠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흰소나무라고 부른다.
붉가시나무는 목재의 빛깔이 붉은빛을 띠고
전체적으로 ‘가시나무’와 비슷한 데서 유래됐다. 개붉가시나무도 붉가시나무의 이름유래에서 덧붙여진 이름이다.
붉나무는 가을에 잎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두나무는 ‘자줏빛(紫)을 띠는 복사나무(桃)’라는 뜻이 있다. 자두나무는 자도나무라고도 부르며
잎, 꽃, 열매가 복사나무와 비슷하고 열매의 빛깔이 보통 보랏빛(자줏빛)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자목련은 ‘꽃이 자줏빛인 목련’이라는
뜻을 가지며 일본이름에서 차용한 우리말이다.
주목은 열매와 목재의 빛깔이 붉은빛을 띠는 데서 ‘붉을 주(朱)와 ’나무
목(木)‘자를 써서 붙인 이름이다.
황벽나무는 나무의 속껍질이 노란빛(황색)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황칠나무는 나무껍질에 상처를
냈을 때에 나오는 노란빛(황색)의 즙액을 칠의 재료로 이용한 데서 유래한다. 북한에서는 ‘노란빛의 칠을 얻는 나무’라는 뜻으로 노란옻나무라고
부른다.
비유의 빛깔로도 나무이름 명명
그리고 나무이름은 비유에 의한 빛깔로도 명명됐다. 예를 들면 곰솔,
은행나무 등이다. 곰솔은 곰의 빛깔을 이름 짓기에 반영한 예이며, 은행나무는 씨의 은백색을 은의 빛깔로 보았던 예이다. 이에 대해 국문학자
임소영은 ‘세상일에 대한 지식과 일상사의 경험에 비추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매우 자연스러운 언어 책략 중의 하나이며, 식물이름
명명과정에서도 이러한 책략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러한 책략을 비유라고 한다’고 했다.
곰솔은 ‘검은빛(곰)을 띠는
우두머리(솔)의 나무’라는 뜻이 있으며, 솔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수리’가 ‘술’로 변한 후에 ‘솔’의 형태가 됐다. 곰솔은 나무껍질이
검은빛이며 잎이 억세고 빛깔이 짙어 곰에 비유하고 있다. 곰은 오늘날 동물의 곰을 가리키지만 옛날에는 검은빛의 뜻으로도 쓰였다. 곰솔은 한자로
흑송(黑松)이라고도 한다.
은사시나무는 ‘잎의 빛깔이 은빛인 사시나무’라는 뜻이 있다. 즉 잎의 빛깔을 은빛에 비유한 이름이다.
은행나무는 은빛(銀)과 살구(杏)의 합성어이며, ‘열매의 모양과 빛깔이 살구나무의 열매와 비슷하고 씨의 빛깔이 은빛’이라는 뜻이 있다.
즉 씨의 빛깔을 은빛에 비유한 이름이다.
빛깔속성 나무이름 편하고 쉬워
이밖에도 빛깔을 반영한 나무이름은
많은데, 예를 들면 검팽나무, 금목서, 금송, 금테사철, 노란팽나무, 노란해당화, 노랑만병나무, 노랑참식나무, 녹나무, 백목련, 분홍괴불나무,
분홍미선, 분홍벚나무, 붉은가문비, 붉은고로쇠, 붉은꽃싸리, 붉은병꽃나무, 붉은인가목, 붉은키버들, 자주받침꽃, 자주팽나무, 자주조희나무,
청가시덩굴, 청갈참, 청떡갈, 청멍석달기, 청미래덩굴, 청부게꽃나무, 청분비, 청시닥나무, 청졸갈참, 황근, 황산차, 흑오미자, 흰가솔송,
흰골병꽃, 흰동백, 흰땃달기, 흰말채나무, 흰민종가시, 흰배롱나무, 흰병꽃, 흰생열귀, 흰인가목, 흰작살, 흰정향나무, 흰진달래, 흰참꽃,
흰철쭉, 흰황산차 등이 있다.
한편 산스크리트와 팔리어의 루파(rupa)는 빛깔을 일컫는 불교용어이다. 대체로 인간의 눈에 비치는
것은 모양과 빛깔이 있는데, 불교에서 루파라고 할 때는 단순히 빛깔뿐만 아니라 동시에 모양이 있는 물건을 가리킨다. 이와 같이 눈에 의해
표상되는 빛깔과 모양이 있는 존재는 대개 물질에 속한다. 따라서 빛깔은 물질 또는 물질적 존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말의 색채어 명명기반으로
충분히 쓰일 수 있다고 본다. 나무이름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한결 편하고 쉬워 보여 좋다
가시를 반영한 주요 나무이름
가시오갈피, 용가시나무, 청가시덩굴 등은
식물체에 가시가 있는 특징을 살려 그 이름이 붙여졌다. 호자나무의 가시는 호랑이, 매자나무는 매의 발톱을 상징하고 있어 재미있다. 그러나
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등의 수목명은 식물체에 가시가 없지만 일본이름을 빌린 까닭에 ‘가시’라는 말이 포함돼 혼란스럽기도 하다.
식물체는 줄기나 가지의 끝이나 옆에 바늘같이 가늘게 가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식물체의 가시는 매우 크거나 작은 것,
잎전체가 가시로 변한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식물체의 가시를 크게 나누면 줄기가시, 잎가시, 껍질가시가 있다. 줄기가시는 가지의 끝이나
전체가 가시로 변한 것이며 옆에서 압력을 가해도 식물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잎이나 턱잎이 가시로 변한 잎가시는 옆에서 압력을 가했을 때
깨끗이 떨어지며 잎처럼 규칙적으로 달리는 특징이 있다. 껍질가시는 나무껍질이 변한 것인데 옆에서 압력을 가하면 깨끗이 떨어진다.
일반인들은 어떤 나무에 이런 가시가 있으면 귀찮기도 하고 일부의 식물에만 붙어 있으므로 특이하게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나무이름을
붙일 때에 특징적으로 ‘가시’를 선택해 다른 수목의 이름과 특별나게 구별했다. 수목명에 ‘가시’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이름만으로도 그 나무에
가시가 있음을 알 수 있어서 나무를 구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 나무이름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식물체에
실제로 가시가 있는 나무이름
먼저 나무에 가시가 있어 그 형상이 이름에 반영된 나무이름의 예이다. 가시오갈피는 두릅나무과에 딸린
갈잎 떨기나무이다. 가시오갈피는 가지에 가늘고 긴 가시가 많이 달리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갈피나무는 오가피(五加皮)의 원래 이름이며
‘5개의 잎과 함께 껍질을 약용으로 이용하는 나무’라는 뜻이 있다. 가시오갈피나무와 비슷한 나무로서 ‘가시’의 말이 포함된 나무이름으로는
민가시오갈피와 왕가시오갈피가 있다. 민가시오갈피는 가시오갈피에 비해 가지의 가시가 거의 없는 특징이 있으며, 왕가시오갈피는 가시오갈피에 비해
가지의 가시가 드물지만 붉은빛을 띠고 잎폭이 조금 넓다.
가시까치밥나무는 범의귀과에 속한 갈잎 떨기나무로서 가지에 가시가 있는 데서
유래한 나무이름이다. 까치밥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가을 늦게까지 듬성듬성 달리므로 까치밥으로 여겼던 것 같으며 또한 까치가 이 나무의 열매를 잘
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지만 확신은 없다.
용가시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갈잎 떨기나무의 반덩굴나무이다. 용가시나무의 이름은
줄기와 묵은가지에 가는 가시가 빽빽하고 샘털이 많은 데서 유래해 ‘용감하고 굳센 가시가 많은 나무’라는 뜻이 있다. 용가시나무와 비슷한 나무로서
‘가시’의 단어가 들어간 나무이름으로는 왕용가시, 털용가시, 흑산가시 등이 있다.
또한 돌가시나무는 장미과에 딸린 갈잎 떨기나무의
덩굴나무이다. 돌가시나무는 용가시나무처럼 줄기에 털이 빽빽하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비교적 많다. 돌가시나무의 이름은 주로 바닷가 근처의
돌바위 위에 누워 자라면서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기 때문에 붙여졌다. 돌가시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긴돌가시나무와 홍돌가시나무가 있다. 이 두
나무는 돌가시나무에서 파생한 이름으로 돌가시나무에 비해 긴돌가시나무는 열매가 길둥근꼴로 약간 길쭉하게 보이며, 홍돌가시나무는 꽃잎에 붉은빛이
섞여 있다.
청가시덩굴은 백합과에 속한 갈잎 떨기나무의 덩굴나무이다. 청가시덩굴의 이름은 줄기나 가지가 짙은 녹색이거나 어린
가지의 날카로운 가시가 녹색을 띠는 데서 붙여졌다. 청가시덩굴과 비슷한 나무로는 민청가시덩굴이 있다. 민청가시덩굴은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없지만
청가시덩굴과 비슷하면서 가지에 가시가 없기 때문에 ‘민’자를 접두어로 붙여 명명됐다.
지난 호에 소개한 붉은가시딸기는 장미과에 딸린 갈잎
떨기나무의 반덩굴나무로서 ‘붉은빛의 가시털이 매우 빽빽이 나는 딸기나무’라는 뜻이 있으며, 곰딸기라고도 부른다. ‘가시’가 포함된 이 종류의
나무이름으로는 가시딸기와 가시복분자 등이 있다.
수목명 가시는 호랑이와 매에 비유하기도
나무이름에 포함된
가시는 무서운 동물을 상징하거나 그 몸체의 일부분을 뜻해 의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딸린 늘푸른 떨기나무 또는
버금큰키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의 이름은 잎몸 끝의 가시가 매우 날카로워 호랑이처럼 무서운 가시를 뜻하고 있다. 일설에는 잎가장자리의 날카로운
가시를 이용해 호랑이의 등을 긁어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 한자로는 노호자 또는 묘아자라고 해서 호랑이나 고양이의 발톱같은
가시를 가진 나무라는 뜻이다.
호자나무는 꼭두서니과에 속한 늘푸른 떨기나무이며, 잎자루 밑에 가지가 변한 날카로운 가시가 마주난다.
호자나무의 이름은 ‘가지에 호랑이처럼 무서운 가시가 있다’는 뜻의 한자명인 호자(虎刺)에서 유래한다. 즉 ‘호자’의 ‘자(刺)’는 ‘찔리는
가시’라는 뜻이 있다. 호자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잎몸이 길둥근꼴이고 조금 큰 큰잎호자나무가 있는데, 가시는 호자나무와 비슷하다.
그리고 호자나무의 이름처럼 ‘자(刺)’자가 ‘찔리는 가시’라는 뜻으로 쓰인 나무이름은 매자나무, 당매자, 산유자나무 등이 있다.
매자나무와 당매자는 매자나무과에 속한 갈잎 떨기나무이며, 가지의 마디에 날카로운 몇 개의 가시가 달리는 데서 이를 ‘무서운 매의 발톱과 같은
가시의 나무’라는 뜻으로 수목명이 붙었다. 산유자나무는 이 나무과에 딸린 늘푸른 떨기나무로서 가지가 변한 가시가 있어서 붙여졌으며 또한
유자나무처럼 가지에 가시가 있는 뜻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가시’라는 단어가 포함된 나무이름은 아니지만 가시가 있어서 찔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나무이름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찔레나무이다. 찔레나무는 찔레꽃이라고도 부르며 장미과에 속한 갈잎 떨기나무의 반덩굴나무이다.
찔레나무의 이름은 나무껍질이 변한 가시가 있어서 ‘찔리는 나무’라는 뜻이 있다. 찔레나무와 비슷한 나무로서 잎몸과 꽃차례에 샘털이 많은 털찔레,
꽃이 작은 좀찔레, 턱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암술대에 털이 있는 제주찔레, 꽃잎이 연한 붉은빛을 띠는 국경찔레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바늘까치밥나무, 까막바늘까치밥나무 등의 나무이름은 가지에 가시가 있는 모양에서 ‘가시’ 대신에 바늘로 형상화돼 명명됐다.
나무에 가시는 없으나 수목명에 가시가 붙어
가시를 반영하는 나무이름에서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나무이름이
있다. 그것은 참나무과에 딸린 늘푸른나무 종류이다. 즉 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넓은잎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흰종가시, 개가시나무 등이다. 이들 나무는 이름처럼 줄기나 가지에 가시가 있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가시가 없다. 다만 잎가장자리에 가시처럼
뾰족한 톱니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잎가장자리의 톱니를 가시로 인식해 붙여진 이름으로 그 유래를 밝히고 있다. 이
나무들은 한국의 주요 나무이고 이름 또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 이름유래가 불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유래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나무이름의 뜻을 알아보자. 모두 가시나무에서 파생한 나무이름임을 알 수 있는데, 참가시나무의 이름은 ‘진짜 가시나무’라는
뜻이며, 개가시나무의 이름은 ‘진짜가 아니거나 좋지 않음’을 뜻하는 접두사의 ‘개’자가 붙은 형태이다. 즉 좋지 않은 가시나무류(늘푸른
참나무)를 의미한다. 종가시나무의 이름은 열매와 열매깍지가 종모양인 가시나무를 뜻하고, 붉가시나무의 이름은 목재 색깔이 붉은빛을 띠고 전체적으로
가시나무와 비슷한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아무튼 이런 뜻이 있다면 이 늘푸른 참나무의 주요 이름인 가시나무는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가시나무는 한자 이름인 가서목(哥舒木) 또는 가시목(加時木)에서 유래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지어낸 것으로 그 유래가 불분명한
것이다. 그보다는 일본이름을 우리말로 바꿔 쓴 것이 아닐까 한다. 즉 일본에서 늘푸른 도토리나무(참나무)를 견()이라고 하며 ‘가시’라고
부르고, 가시목(加時)이라 할 때에 일본말로 읽으면 가시가 된다. 좀더 진전된 예를 들면 붉가시나무는 일본이름으로 ‘아카가시’라고 해서 ‘붉은
가시나무’라는 뜻이며, 가시나무는 ‘시라가시’라고 해서 ‘흰빛 가시나무’라는 의미이고, 참가시나무는 ‘우라시로가시’라고 해서 ‘뒷면 흰빛
가시’를 뜻한다.
이렇게 본다면 가시나무의 이름은 한국과 일본의 이름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시나무의 이름은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이는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서 나무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일본이름을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 들어온 장미과의 늘푸른 떨기나무인 홍가시나무는 어린잎이 붉은빛을 띠는 가시나무라는 뜻이
있는데, 여기에서 가시나무는 늘푸른 잎이 가시나무와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일 뿐 날카로운 가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나무이름이다.
가시가 없는 나무이지만 ‘가시’라는 말이 포함된 나무이름이 있어 이상하기도 하지만 가시가 있는 나무에 ‘가시’가 포함된 이름을 가진 나무는 그
나무의 형태적 특징을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소리나는 대로 명명된 나무이름
나무이름 중에는 소리나는 대로 쓰다보니 원형이 변한 것이 많은데, 윷놀이나무가 윤노리나무로,
젖나무가 전나무로 변한 것이 그 예이다. 한자이름에서 유래해 변형된 나무이름으로는 팔손나무, 고로쇠나무, 노각나무, 노간주나무 등이 있다.
우리말의 맞춤법통일안 중에는 발음 위주의 소리말을 우선하는 것이 있는가보다. ‘아뭏든’이 ‘아무튼’으로 바뀐 게 좋은
예이다. 그런데 왜 소리말이라고 여겨지는 ‘짜장면’은 표준말이 ‘자장면’이냐를 따진다면, 그것은 본래의 말이 ‘자장면’인데도 ‘짜장면’으로 잘못
발음하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우리말은 어려운 건지 복잡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발음상 헷갈리는 것이 많다.
또한 우리말에서 ‘ㄹ’
받침은 그 아래 ‘ㄴ·ㄷ·ㅅ·ㅈ’을 만나면 탈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소나무와 버드나무의 이름은 우리말의 ‘솔나무’와 ‘버들나무’에서 ‘ㄹ’
받침이 탈락한 예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무이름의 솔송나무와 버들쥐똥나무 등에는 ‘ㄹ’ 받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문학자들 사이에서는 ‘멀지 않아’와 ‘머지 않아’를 놓고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이렇듯 우리말의 표준화는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미류나무는 잘못이고 미루나무가 맞아
‘미류나무’인가 ‘미루나무’인가에 대한 논란은 맞춤법통일안의 발음 위주
우선순위에 따라 ‘미루나무’로 통일됐다. ‘강남콩’이 ‘강낭콩’으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류나무’와 ‘강남콩’은 잘못된 식물이름이
돼 버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 언제나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미류나무와 강남콩의 발음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도 표준의 특별한
규정처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식물명의 원형을 사라지게 하는 계기를 너무 쉽게 마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정도의 식물이름은
발음이야 어쨌건 간에 원형을 살리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서두가 어지럽고 길어지는 것 같아 서둘러
본 주제의 내용으로 들어간다. 이왕 말이 나왔기에 먼저 잘못된 나무이름 미루나무를 이야기한다.
‘미루나무’의 이름은 원래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 비슷한 나무라는 뜻에서 ‘미류나무’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미류(美柳)’라고 썼다. 지금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몇권의
식물도감류에는 미류나무로 쓰고 있다. 사실 나무이름의 어원으로 따지면 미류나무가 맞다. 그러나 식물학자들이 이름한 미류나무는 1980년대 말
이후 쓰지 못하도록 규정된 나무이름이다. 발음 위주의 말이 우선순위로 인정된 맞춤법통일안에 따라 미류나무가 미루나무로 통일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미루나무가 맞는 나무이름이고, 미류나무는 잘못된 나무이름이 돼 버렸다. 아무리 식물학자들이 적절하게 이름한 것이라 하더라도 맞춤법통일안이
제정된 이상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윤노리나무는 원형 윷놀이나무의 소리말
나무이름 중에는 재미있는 이름도
많고 뜻을 알 듯 모를 듯한 이름도 있다. 소리나는 대로 명명됐기 때문인데, 윤노리나무, 전나무, 굴참나무 등이 좋은 예이다. 장미과에 딸린
버금큰키나무의 ‘윤노리나무’는 이 나뭇가지가 윷가락을 만들기에 좋아 ‘윷놀이나무’로 불리던 것이 발음상 ‘윤노리나무’로 굳어졌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늘푸른 바늘잎큰키나무인 ‘전나무’는 이 나무의 솔방울에서 젖과 같이 희뿌연 즙액이 나오는 데서 유래한 나무이름이다. 즉
원형은 ‘젖나무’이지만 발음상 ‘젓나무’로 쓰게 됐고 이것이 부르기 좋은 ‘전나무’로 바뀌게 됐던 것이다.
또한 나무껍질이 아주
두꺼워 코르크재료로 이용하기에 좋은 ‘굴참나무’는 나무가 크고 굵어지기 시작하면 줄기의 껍질이 울퉁불퉁 골이 파지고 세로로 늘어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굴참나무는 ‘골이 파인 참나무’라는 뜻에서 ‘골참나무’로 부르던 것이 굴참나무로 변했단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부드럽기 때문에
‘부들나무’의 의미로 부르던 향토명 ‘버들’이 ‘나무’가 접미사로 붙으면서 발음이 불편해 ‘버드나무’로 변했다.
차나무과의 늘푸른
넓은잎큰키나무인 ‘비쭉이나무(필자의 통일안 식물명)’는 잎눈의 모양이 가늘고 길게 비쭉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비쭉이나무의 이름은
현재 발음상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비쭈기나무’ 또는 ‘빗죽이나무’ 등으로 쓰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아무리 굳어진 나무이름이라 하더라도
낱말이 분명한 것은 맞춤법통일안에 따라야 할 것 같아 ‘비쭉이나무’로 쓰고 있고 그것이 옳다고 보는 입장이다. 비쭉이는 물체의 한 끝이 쑥
내밀려 있는 모양을 뜻하는 ‘비죽이’의 센말이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조롱나무(필자의 통일안 식물명)’도 현재 일반적으로 쓰는 이름은
‘조록나무’이다. 조록나무는 원래의 ‘조롱나무’에서 부르기 쉬운 말로 변한 것인데, 조롱나무는 이 나무의 잎에 조롱이 달린 것 같은 벌레혹이
많이 붙는 데서 붙여진 나무이름이다.
고로쇠나무는 한자명의 소리말에서 유래
나무이름 중에는 한자이름에서
유래했으나 우리말의 소리나는 대로 쓰다보니 약간 변형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팔손나무, 고로쇠나무, 노각나무, 노간주나무 등이다. 두릅나무과의
‘팔손나무(필자의 통일안 식물명)’는 일반적으로 ‘팔손이’라 이름하고 있다. 이 나무이름은 중국명의 ‘팔각금(八角金)’과 일본명의
‘팔수(八手)’에서 유래한 우리말이며, ‘보통 8갈래로 갈라지는 잎몸 모양이 손바닥처럼 보이는 나무’라는 뜻이 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갈잎 넓은잎큰키나무이며 수액을 채취하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고로쇠나무는 한자명의 골리수(骨利樹)
또는 골리목(骨利木)에서 유래됐으며, ‘나무의 수액을 마시면 뼈에 좋은 나무’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한자명의 ‘골리수(骨利樹)’와
‘골리목(骨利木)’은 원래의 이름이 아니라 이름을 유추하는 과정에서 추측해낸 원형이다. ‘오갈피나무’는 한자명 ‘오가피(五加皮)’에서 유래한
우리말이며, ‘잎이 보통 5개이며 나무껍질을 약재로 쓰는 나무’라는 뜻이 있다.
차나무과의 ‘노각나무’는 나무껍질이 갈색의
얼룩처럼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이 나무이름은 이 때문에 ‘사슴뿔 같은 빛깔을 나타내는 나무껍질’의 특징을 살려 ‘녹각(鹿角)나무’라고 하다가
발음이 쉬운 ‘노각나무’로 변했다. 또한 ‘노간주나무’는 한자명의 ‘노가자목(老柯子木)’에서 유래한 우리말이다. 그리고 ‘물푸레나무’는 중국명의
‘수정목(水精木)’과 ‘수청목(水靑木)’에서 유래한 우리말이며,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 있다.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배롱나무’는 한자명의 ‘백일홍(百日紅)’ 또는 ‘목백일홍(木百日紅)’에서 변형된 나무이름이며, 꽃 피는
기간이 100일 정도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즉 한자명 백일홍이 우리말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리나는 대로 부르다가 향토명의 배롱나무로 굳어지게
됐다. 배롱나무는 다른 이름으로 목백일홍, 양반나무,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목백일홍은 동명의 화초류 백일홍의 이름과 구별하기 위한
이름이고, 양반나무는 싹이 늦게 나오는 데서 유래하며, 간지럼나무는 나무껍질이 미끄럽게 보이므로 간지럼을 잘 타는 나무로 인식한 데서 유래한다.
소리말보다 표준말 나무이름 바람직
끝으로 나무이름은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갈래이다. 학자마다 다르게 쓰기도 하고, 한
나무가 여러 이름을 가진 경우도 있다. 때문에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는 나무의 경우 어느 이름이 옳은 이름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없다. 다만 가장 널리 일반적으로 쓰는 것을 정식명칭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도 그런 이름을 선택해 그 유래를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나무이름은 고유하게 굳어졌을지라도 맞춤법을 너무 빗나간 경우는 듣고 부르고 쓰기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어지럽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나무이름의 원형이 확실한 경우엔 소리말보다는 표준말을 쓰는 것이 옳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나무이름은 이름 뒤에 모두
‘나무’를 붙이는 것으로 통일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고로쇠는 고로쇠나무, 팔손이는 팔손나무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나무이름이 너무 길거나
덩굴나무의 경우는 이름 뒤에 ‘나무’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인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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