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寺刹(한국사찰)의 柱聯(주련) -1
- 이 글은 동학승가대학 지에 연재된 글입니다.-
한가하고 외로울 때 곧잘 혼자서 산이나 큰 나무를 찾아간다.
산에는 봉우리며 깊이 주름잡힌 골짜기며 울창한 숲,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그리고 묵직한 바위들이 모두 알맞은 제자리에 잘 놓여져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푸근한 나뭇잎 사이로 어쩌다 고찰의 산문이라도 빠끔히 보일라치면 하늘 가득히 넘쳐흐르는
하찮은 삶의 몸부림 따위는 귓전을 잠간 스치고 가는 바람이 아닌가?
산의 적막은 오히려 가슴 깊이 사무친 외로움과 그리움을 커다란 해탈의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큰 나무 밑에 팔베개를 하고 벌렁 누워 위를 쳐다보면 벌써 마음은 파란 하늘만큼이나
크고 작은 전각들이 이끼 긴 묵직한 지붕 아래 세월의 연륜을 안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연 마음의 안정을 얻을 것이다.
기둥에 적힌 주련(柱聯)은 또한 위없이 귀한 진리의 말씀이고,
옛날에는 팔방(八房)) 9암자(庵子)가 있는 큰 사찰이 아니면 주련(柱聯)을 달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선을 종지로 했던 시절의 우리 나라 사찰에서는
저 유명한 소백산 부석사, 가장 오랜 목조 건물이 있는 천등산 봉정사, 청하 寶鏡寺(보경사) 등에는 주련이 전연 없으며
주련의 글씨체는 참으로 다양하며, 역대 명필들의 글씨를 모두 찾아 볼 수있다.
세종 임금 친필, 대원군의 필적을 비롯해서 수많은 명필가와 고승들의 필적이 지금도 잘 찾아볼 수 있기에 주련(柱聯)은 문화재로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글의 내용이다.
주련 글의 내용은 실로 다양해서 경전(經典)이나 논장(論藏)에 있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그 주련의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첫 번째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글의 대해 살펴보면 대웅전(大雄殿)이나 지장(地藏殿),
天上天下無如佛(천상천하무여불)
十方世界亦無比(십방세계역무비)
世間所有我盡見(세간소유아진견)
一切無有如佛者(일체무유여불자)
천상천하 어느 곳에도 부처님같이 거룩하신 분 없나니
시방세계 어디에도 비교할 데 없네
세상천지 온 누리 다 돌아보아도
부처님같이 존귀하신 분 다시 없도다.
사찰의 지장전에 서는 다음의 글귀를 흔히 볼 수 있다.
地藏大聖威神力 (지장대성위신력)
恒河沙劫說難盡(항하사겁설난진)
見聞暗禮一念間(견문첨례일념간)
利益人天無量事(이익인천무량사)
지장보살님의 위대하신 신통력이여
억겁을 두고 설명해도 다하기 어렵도다
보고 듣고 예배하는 잠간 사이에도
인천(人天)에 이익 된 일 무량하여라.
그리고 극락전에서는
極樂堂前滿月容(극락당전만월용)
玉毫金色照虛空(옥호금색조허공)
若人一念稱名號(약인일념칭명호)
頃刻圓成無量功(경각원성무량공)
극락당 앞에 둥근 달과 같은 아미타 부처님 용모
옥호의 금색광명 허공을 비치네
만약 사람들이 일념으로 명호를 부르면
잠깐사이에 무량 공덕 원만히 이루리다.
라는 글귀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밖에도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의 주련은 한없이 많다.
佛身普遍十方中(불신보변시방중)
三世如來一切同(삼세여래일체동)
廣大願雲恒不盡(광대원운항부진)
汪洋覺海妙難窮(왕양각해묘난궁)
부처님은 시방세계에 두루 계시니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님 한결 같으시네
넓고 크신 원력 구름같이 다함 없고
한없이 넓은 깨달음의 바다 아득하여 끝이 없네
조계산 선암사의 주련은 다음과 같다
巍巍堂堂萬法王(외외당당만법왕)
三十二相百千光(삼십이상백천광)
莫謂慈容難得見(막위자용난득견)
不離祗園大道場(불리기원대도량)
높고 높아 당당하신 만법왕 부처님
32상의 백천 광명 눈부시구나
자비로운 그 모습 뵈옵기 어렵다 말하지 말라
기원정사 떠나지 않고 항상 이 대도량에 계시네
이상과 같이 각 전각마다 다 그 전각에 알맞은 글을 주련으로 선택하지만
두 번째로는 깨우침을 주는 내용을 찾아보자.
미리 공부를 하여 성불한 스님께서 후학을 위해 가르침을 주신 내용의 주련 글이
금산사(金山寺)는 주련이 없는 사찰 중의 하나이다.
若人欲了知(약인욕요지)
三世一切佛(삼세일체불)
應觀法界性(응관법계성)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할진댄
응당 법계의 성품을 관하라
일체가 오직 마음으로 지은 것이니라.
이 글을 남긴 분은, 무명에 쌓인 우리들을 일깨우고자 한 뜻으로 보인다.
해인사 일주문에는 다음 글이 있는데
歷千劫而不古(역천겁이불고)
亘萬歲而長今(긍만세이장금)
천 겁을 지나도 옛날이 아니요
만세를 뻗어도 항상 오늘!
또한 해인사 법보전 입구에는, 수행의 도량이 바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려주는
圓覺道場何處(원각도장하처)
現今生死卽是(현금생사즉시)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도량은 어느 곳인가?
여기 생사가 있는 바로 이 자리!
그리고 중왕산 대전사에 가면 사람으로 태어난 현세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라는 면학의 교훈이 있다.
그러나 이 주련은 다섯 줄로서 일반 漢詩(한시)의 격에 벗어나며 韻字(운자)도 잘 맞지 않는다.
汝得人身不修道(여득인신불수도)
如入寶山空手來(여입보산공수래)
憂患苦痛欲何爲(우환고통욕하위)
如今自作還自受(여금자작환자수)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네가 사람으로 태어나 도를 닦지 않으면
마치 보배 산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오는 것과 같도다
왜 우환과 고통만 취하려 하는가
오늘 네가 지은 것만큼을 스스로 돌려 받는다.
모든 법은 변함 없고 본래 고요하니라.
세 번째, 선열(禪悅)을 나타낸 내용
깨달은 분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과 너무나 다를 것이다.
무심히 부는 솔바람, 흐르는 물, 육중한 바위· 그 모두에 불성(佛性)이 보이고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느낄 것이다.
一住寒山萬事休(일주한산만사휴)
更無乾坤卦心頭(갱무잡념괘심두)
閒於石壁題詩句(한어석벽제시구)
任運還同不繫舟(임운환동불계주)
한 번 한산에 들어오니 만사가 한가롭구나
마음에 거리낄 잡념 전혀 없네
석벽에 시구나 끼적이며 한가로울 뿐
되는 대로 맡겨 마음대로 가게 한 뜬 배 같구나.
위의 柱聯은 운달산 김용사 해운암에 있다.
曹溪山月照澹寒(조계산월조담한)
滿月乾坤无寸草(만월건곤무촌초)
聖賢尊貴非我親(성현존귀비아친)
大地眞金未是珍지진금미시진)
조계산에 뜬 달 사무치게 비치어
둥근 달 온 천지를 밝히니 번뇌망상 사라지네
성현이니 尊貴(존귀) 따위 내가 알 바 아니며
대지가 진금이라도 이 깨달음의 보배만 못하네.
달은 심월(心月)을 뜻한다.
靑山塵外相(청산진의상)
明月定中心(명월정중심)
山河天眼裏(산하천안리)
世界法身中(세계법신중)
終日無忙事(종일무망사)
焚香過一生(분향과일생)
聽鳥明聞聲(청조명문성)
看花悟色空(간화오색공)
청산은 티끌 밖의 맑은 세상이요
명월은 선정 중의 마음일세
산하는 하늘 눈 속에 있고
세계는 그대로가 法身(법신)일세
온 종일 바쁜 일 없이 한가로우니
향 사르며 일생 보내네
새 소리 듣고 자성(自性) 자리 밝히고
꽃을 보고 색과 공의 도리 깨치네.
위의 영취산 통도사 대광륜전의 글을 조용히 읽으면 내 마음에도 한없는 기쁨이 넘쳐난다.
백운사 해운각의 주련을 더 알아보기로 한다.
이 시를 읽으면 아름다운 백양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今日巖前坐(금일암전좌)
坐久煙雲收(좌구연운수)
一道淸谿冷(일도청계냉)
天尋碧璋頭(천심벽장두)
白雲朝影靜(백운조영정)
明月夜光浮(명월야광부)
身上無塵垢 (신상무진구)
心中那更憂 (심중나갱우)
오늘 바위 앞에 닮으려 앉았더니
홀연히 구름 연기 걷히어서
한 줄기 푸른 계곡 오늘따라 더욱 차고
천 길 높푸른 봉우리가 제 모습 분명하네
아침나절엔 흰 구름 그림자도 고요하고
한 밤에는 밝은 달빛 드리우네
이내 몸도 한 점 티끌 허물조차 없으니
마음 속에 어찌 다시 근심 걱정 있을손가!
네 번째로는 기타 재미있는 주련을 알아보자.
의문을 던져주는 주련, 스님들의 원을 담은 주련, 계율을 지시하는 내용의 주련 등등 너무나 많지만 모두를 소개할 수 없어서 그 많은 주련 가운데 특히 감명 깊은 몇 가지만 더 알아보기로 한다.
화산 용주사 누문(樓門) 아래에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주련이 있다.
이 글은 네 분의 서로 다른 스님들이 풍류를 즐기면서 한 분이 한 줄씩 지은 듯하다.
龍蟠萬雲(용반만운)
珠得造化(주득조刻
寺門法禪(사문법선)
佛下淸泉(불하청천)
용은 만리 구름 속에 서려 있으니
구슬을 얻어서 조화를 부리도다
사문의 법은 선종이요
부처님 아래 맑은 샘물이로다.
그러나 이 글을 ↓ 방향으로 읽으면 궁색하나마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읽는 방향을 달리 했을 때)
龍珠寺佛(용주사불)
蟠得門下(반득문하)
萬造法淸(만조법청 )
雲化禪泉(운화선천)
용주사 부처님
문 아래 엎드려서
만 가지 법 깨끗하게 하시고
구름을 화하여 선의 샘 만들도다.
곧 이 시를 쓸 때 스님들은 가로 세로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뜻이 통하도록 작문을 한 것일 것이다
허허로운 마음으로 네 분의 고승들이 한 자리에 앉아 어디로 읽어도 뜻깊은 이 게송을 쓰면서 얼마나 즐거운 법담을 나누었으랴! 자못 감동 깊은 시구이다.
끝으로 동학사 길상암의 주련을 알아본다.
길상암에는 기둥이 여섯 개이므로 6행으로 된 글을 주련으로 해야 하는데, 6행으로 된 한시는 없다. 그래서 다음 두 게송에서 6행을 골라서 주련으로 한 것이다.
山堂靜夜坐無言(산당정야좌무언)
寂寂寥寥本自然(적적요요본자연)
何事西風動林野(하사서풍동임야)
一聲寒雁淚長天(일성한안루장천)
산당에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고요하고 고요하여 본래의 자연인데
무슨 일로 서쪽 바람 임야를 흔드는고
외로운 기러기 울음소리 온 하늘에 흩어지네.
刹塵心念可數知(찰진심념가수지)
大海中水可飮盡(대해중수가음진)
虛空可量風可繫(허공가량풍가계)
無能盡說佛功德(무능진설불공덕)
세계에 가득한 티끌, 마음으로 헤아려 알고
큰 바다 가운데 물 다 마셔버릴 수 있고
허공을 헤아리고 바람을 붙들어 맬지라도
부처님의 크신 공덕 다 설할수 없네.
위 두 게송을 합해서 길상암 기둥에 다음과 같이 하였습니다.
山堂靜夜坐無言(산당정야좌무언)
寂寂寥寥本自然(적적요요본자연)
何事西風動林野(하사서풍동임야)
一聲寒雁淚長天(일성한안루장천)
虛空可量風可繫(허공가량풍가계)
無能盡說佛功德(무능진설불공덕)
게송에는 고승의 오도송이나 전법송 등 보통의 상식으로 알 수 없는 格外句(격외구)도 있는데
다음은 송광사 법흥 스님 처소에 있는 효봉 스님의 오도송이다.
글자(문자)의 뜻은 해석해도, 그 글이 시사하는 참뜻은 효봉 스님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글이다.
海底燕巢鹿抱卵(해저연소녹포란)
火中蛛室魚煎茶(화중주실어전차)
此家消息誰能識(차가소식수능식)
白雲西飛月東走(백운서비월동주)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타는 불 속 거미집에 물고기가 차 달이네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알랴
횐 구름은 서쪽으로 달은 동쪽으로.
다음은 우리들이 잘 아는 서산 대사의 세사시이다.
이 글도 글자대로만 읽으면 인생의 무상을 뜻하고 너무나 염세적인 글이다.
生也-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멸하는 것이로다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이 있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음도 역시 이와 같아 실이 있는 것이 아니로다.
이상으로써 주련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았다.
주련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으신 분은 본인의 저서 「한국사찰의 주련」(전원문화사 발간) 1집 ,2집 3집을 참고하기 바란다. (andongkwon.pe.kr권영한)
전국 유명사찰마다 다른 주련의 내용을 통해
한국불교의 특징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1. 曹溪寺 조계사 大雄殿
世尊座道場 淸淨大光明 세존께서 도량에 앉으시니 청정한 대광명이
比如千日出 照耀大千界 마치 천 개의 해가 뜬 듯 대천세계를 비추시네
劫火燒海底 風鼓山相擊 겁화는 바다 밑을 태우고 바람이 산을 부딪치도록 서로 때려도
直常寂滅樂 涅槃相如是 항상 고요하고 즐거워라 열반의 모습이 그러하니라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만일 누가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려거든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모든 법계의 성품이 전부 마음으로 이루어졌음을 관하라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적멸한 모습이니
佛者行道已 來世得作佛 불자가 이 도리를 깨닫고 행하면 내세에 성불하리라
이 대웅전은 1910년에 건립되었다.
주련의 출처와 내용은
제1,2구는 華嚴經 毘盧遮那品 에서 大威德太子가 讚佛한 것이고,
제3,4구는 출처는 미상이나 열반을 노래한 것이다.
제5,6구는 華嚴經 夜摩天宮偈讚品 에서 覺林菩薩의 讚頌이고,
제7,8구는 法華經 方便品第二 에서 열반을 노래한 게송이다.
2. 奉恩寺 大雄殿
淸淨法身毘盧遮那佛 청정한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
圓滿報身盧舍那佛 원만한 보신 노사나 부처님
千百億化身釋迦牟尼佛 천백 억의 화신 석가모니 부처님
九品導師阿彌陀佛 구품의 중생을 이끄시는 아미타 부처님
當來下生彌勒佛 내세에 오실 미륵 부처님
十方三世一切諸佛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님
이 “대웅전 주련에는 ‘
佛紀二五二六年壬戌重陽 蘭谷 金應燮 焚香謹書’라는 관지가 마지막 구에 있으며,
그 끝에 2과의 도서가 찍혀 있어 蘭谷이 1982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蘭谷은 서화가로 추사체연구회 회장을 지내기도 하였다.
屈折이 심한 秋史體 서풍으로 쓴 행서이다.”
주련의 내용은 法?報?化의 三身佛과 서방정토, 미래의 부처,
그리고 시방 삼세의 일체제불 명호로 이루어져 있어 아주 특이하다.
3. 奉先寺 大雄殿
온누리 티끌 세어서 알고
큰 바다물을 모두 마시고
허공을 재고 바람 얽어도
부처님공덕 다 말 못하고
주련의 글씨는 雲峰 琴仁錫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주련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출전은 미상이고 내용은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한 것이다.
4. 龍珠寺 大雄殿
報化非眞了妄緣 보신과 화신은 참이 아니라 허망한 인연인 줄 알면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은 청정하여 광대무변하리라
千江有水千江月 천 강에 물 있으면 천 강에 달 비치고
萬里無雲萬里天 만 리에 구름 없으면 만 리가 하늘일세라
이 주련의 출전은 金剛經五家解 如理實見分 第五, 宗鏡禪師의 頌이다.
뜻은 품의 이름 그대로 眞如와 實相이 같은 진리임을 여실히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5. 痲谷寺 大雄殿
古佛未生前 옛 부처님 나기 전에도
凝然一相圓 뚜렷하게 한 모습 둥글었지
釋迦猶未會 석가도 몰랐는데
迦葉豈能傳 가섭이 어찌 전했으랴.
本來非黑白 본래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無短亦無長 모든 곳에 인연따라 나타나시네.
이 주련은 禪家龜鑑과 金剛經五家解에서 인용하여 조합한 것이다.
즉 앞의 4구는 선가귀감의 첫 구절인 ‘一物’을 설명하는 가운데
古人의 頌을 인용한 것이고,
뒤의 2구는 금강경오가해 六祖大師解義 중 冶父禪師頌의 일부이다.
즉 “摩訶大法王 無短亦無長 本來非黑白 隨處現靑黃”에서
중간에 있는 두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 주련의 뜻은 一物에 있다.
그런데 뒤의 2구에서 이 일물을 설명하고 있다.
곧 本來非黑白이면서 隨處現靑黃하는 것,
즉 “相없이 相을 나타내는” 주체라는 것이다.
그런 주체는 다름 아닌 摩訶大法王이다.
그렇다면 마하대법왕은 누구인가? 바로 부처님이다.
따라서 이 주련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6. 法住寺 大雄殿
佛身普遍十方中 부처님 법신은 시방에 두루하여
三世如來一體同 삼세 여래도 한결 같으시네
廣大願雲恒不盡 광대한 성원의 구름은 항상 다함이 없으시고
汪洋覺海妙難窮 드넓은 깨달음의 바다는 아득하여 헤아리기 어렵도다.
威光遍照十方中 위광은 시방세계에 가득하시고
月印千江一體同 천 강에 비친 달은 한 몸 인듯 같으니
四智圓明諸聖士 사지에 모두 통달한 많은 성인들
賁臨法會利群生 법회에 임해서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네.
이 주련도 조합형으로 전반 4구와 후반 4구가 별개의 것이나
출전은 다같이 釋門儀範?이다.
전반 4구는 佛供篇(제3장) 三寶通請의 香華請 歌詠이고,
후반 4구 역시 佛供篇 七星請의 香華請 歌詠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 모두 부처님을 찬탄하는 歌詠이다.
7. 白羊寺 大雄殿
佛放光明?世間 부처님은 세간에 두루 광명을 놓아
照耀十方諸國土 시방의 모든 국토를 비추시네
演不思議廣大法 불사의 하고도 넓은 법을 연설하시어
永破衆生痴惑暗 중생의 어리석고 미혹한 번뇌를 영원히 깨뜨리시네
佛身普遍諸大會 부처님의 몸은 모든 회중에 두루 계시고
充滿法界無窮盡 법계에 충만하여 다함이 없으시네
寂滅無性不可取 적멸은 체성이 없어 취할 수 없지만
爲求世間而出現 세간을 구제하기 위해 출현하셨네
其中衆生不可量 세간의 중생들 헤아릴 수 없지만
現大神通悉調伏 큰 신통 나타내어 다 조복하시네
이 주련은 대웅전 동쪽 면에 4구, 전면에 6구로 모두 10구이다.
동쪽 면 주련의 출처는 미상이고, 나머지는 ?華嚴經? ?世主妙嚴品?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전반 4구는 妙焰海天王이 부처님의 덕을 찬탄한 게송이고,
뒤의 2구는 迦樓羅王이 佛眼을 찬탄하는 게송이다.
8. 桐華寺 大雄殿
天上天下無如佛 하늘과 땅 사이에 부처님 같으신 분 없으시고
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도 또한 비할 이 없네
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것 내가 다 보았지만
一切無有如佛者 모두가 부처님 같으신 분 없네
출전은 緇門警訓 卷10, 禪林妙記前序에 나오는 讚弗沙佛偈를 비롯하여
大智度論 卷4, 佛本行集經 등이다.
내용은 게송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讚佛 찬불이다.
9. 通度寺 大雄殿
月磨銀漢轉成圓 달이 은하수에 갈려 차츰 둥글어지니
素面舒光照大千 맑은 얼굴에서 빛을 내어 大千世界를 비추네
連臂山山空捉影 원숭이들 팔을 이어 달그림자 잡으려 하지만
孤輪本不落靑天 달은 본래 푸른 하늘에서 떨어진 적 없네
?契菩提大道心 묵묵히 보리의 대도심에 계합하리라
통도사의 대웅전은 좀 특이하다.
동쪽에는 대웅전, 남쪽에는 金剛戒壇,
서쪽에는 大方廣殿,
북쪽에는 寂滅寶宮이라는 편액을 걸어 佛寶宗刹임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대웅전 편액이 걸려있는 동쪽 벽의 주련은 5구인데 전반 4구와 후반 1구가 별개이나
이를 조합하였다.
이 주련의 전반 4구는 ?釋門儀範? 禮敬篇
(제2장) 제1 大雄殿 觀音禮文禮에 나오는 香華請 歌詠이고,
뒤의 1구는 ?金剛經五家解? ?善現起請分?에 있는 冶父의 頌에서 취한 것이다.
그 내용은 報身 석가모니를 찬탄한 것이다.
10. 月精寺 大雄殿
南無大方廣佛華嚴經 대방광불화엄경
萬代輪王三界主 만대의 륜왕이요 삼계의 주인이신 석가모니부처님
雙林示滅幾千秋 쌍림에서 열반하신 지 몇 해 이런가
眞身舍利今猶在 진신사리는 지금도 그대로 있어
普化群生禮不休 널리 중생을 교화하시니 예배가 끊이지 않네
南無實相妙法蓮華經 실상묘법연화경에 귀의합니다
이 주련은 모두 5구절로 구성되어 있으나
제1구와 맨 마지막 구는 歸敬이므로 그 핵심은 2-5구에 있다.
‘萬代輪王 ~ 普化群生禮佛休’은 慈藏律師의 佛塔偈를 변용한 것이다.
양자의 차이는 이렇게 나타난다.
<佛塔偈> <月精寺 柱聯>
示寂雙林問幾秋 ⇒ 萬代輪王三界主
文殊留寶待時求 ⇒ 雙林示滅幾千秋
全身舍利今猶在 ⇒ 眞身舍利今猶在
普化群生禮不休 ⇒ 普化群生禮不休
제1구는 제2구가 되면서 示寂雙林이 雙林示滅로 순서와 글자가 조금 바뀌고
동시에 問幾秋를 幾千秋로 바뀌었다.
제2구는 慈藏이 石南院에서 文殊大聖을 기다리던 것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므로
월정사와 관련짓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제2구는 취하지 않은 듯하다.
제3구는 全身舍利를 眞身舍利로 바꾸고 제4구는 그대로 활용하였다.
이 주련의 내용은 월정사 역시 자장율사가 모시고 온 불사리의 일부를
월정사가 위치해 있는 오대산 中臺의 寂滅寶宮에 安置하고 있어
사리의 신앙이라는 측면에서는 통도사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 전통사찰의 대웅전 주련은 대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주련의 출처를 보면 華嚴經과 法華經이 눈에 띈다.
화엄경은 釋尊이 成道한 깨달음의 세계를 그대로 표명한 경전이고,
법화경은 會三歸一과 久遠成佛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닌 경전이다.
이들 두 경전은 敎學이나 思想적인 측면에 있어서 쌍벽을 이루며
대승불교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한국의 불교가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고 하겠다.
옛 고승들과 선지식의 부처님을 향한 서원이 아름다운 문구로 표현된 주련을 보며
이시대 불자들의 마음가짐이 불국토로 향한 수행정진이되어 성불하기를 서원합니다
주련(柱聯)
은해사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기둥〔柱〕마다에 시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부른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붙이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자에 새겨 걸기도 한다.
판자 아래위로 하엽(荷葉)을 양각(陽刻)하든지 연꽃을 새기든지 당초무늬를 새기든지 하여 윤곽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어 새김질한다.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다. 더러 튀어나오도록 양각하는 수도 있으나 드문 일이다. 양각한 부분과 새김질한 글씨에 색을 넣어 장식한다.
판자 전체에는 보통 밀타승(蜜陀僧)을 발라 하얗게 만들고, 글씨에는 먹을 넣든지 군청(群靑)을 가칠하고, 양각한 무늬들은 삼채(三彩) 정도로 단청하여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
살림집 안채에서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거는데, 생기복덕(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德談)의 글귀를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받아 건다. 더러는 아이들의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하고 제가하는 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걸기도 한다.
사랑채의 기둥에는 오언이나 칠언의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써서 건다. 한 구절씩을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 한 수가 된다.
주련은 경치 좋은 곳에 세운 누사(樓擄)나 여타의 다락집, 불교의 법당 등에도 건다. 다락에서 내려다보이는 좋은 경개(景慨)를 읊은 시가 주련에 채택되고, 포교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을 주련에 새긴다.
이들 주련이 기둥 바깥쪽에 달려 있어서 다락이나 법당 안의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보다는 자연이 보고 읽어달라는 고지(誥知)의 생각이다. 길가의 패루(牌樓)나 정려 등에 주련을 걸어 주인공을 선양하는 일도 이런 데서 연유하고 있다.
≪참고문헌≫ 熱河日記, 新增東國輿地勝覽, 六典條例.
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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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범어사<대웅전>
주련(柱聯)(범어사(梵魚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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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만세루>
통도사<황화각>
통도사<응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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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사 <천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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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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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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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심검당>
동화사 <강생원>
동학사
한국 사찰의 주련-동학사<길상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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