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꽃)

벼룩나물과 벼룩이자리

대봉산 2013. 5. 12. 17:10

 벼룩이자리
줄기:해넘이한해살이로 가는 줄기 전체에 아래를 향한 짧은 털이 있고, 지표면에 가까운 줄기는 땅 위를 기며, 거기에서 줄기가 위로 돋아 자란다.잎: 마주나며(對生), 잎자루가 없고, 양면에 짧은 털이 있다.꽃: 4~7월에 백색으로 피며, 줄기 상부의 잎겨드랑이(葉腋)에서 하나씩 달린다. 꽃잎 5장은 갈라지지 않고 꽃받침보다 짧다.(비교: 별꽃속(Stellaria)의 벼룩나물은 꽃잎이 깊게 두 갈레로 찢어져 10장으로 보인다.)열매: 여윈열매(蒴果)로 종자는 작은 콩팥처럼 생겼으며, 그 표면에 그물망처럼 생긴 문양이 뚜렷하다.염색체수: 2n=401)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 들녘, 논두렁 밭두렁, 밭 언저리, 정원, 모래자갈땅 등, 양지, 적습(適濕)수평분포: 전국 분포수직분포:산지대 이하식생지리:냉온대~난온대,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분포식생형:터주식생(농촌형, 노방식물군락), 농지식생(경작 밭 잡초식물군락)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벼룩이자리는 우리나라 농촌 들녘의 논두렁 밭두렁 언저리에 흔하다. 식물체가 연약하고, 아주 작기 때문에 많은 다른 식물들이 나타나기 전인 이른 봄에만 쉽게 볼 수 있다. 벼룩이자리는 가을에 싹이 나서 이듬해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전형적인 해넘이살이다. 햇수로는 두 해를 걸치지만, 겨울을 반드시 한 번만 통과하면서 몇 개월 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생명환을 가진 한해살이다. 건조하지 않고, 물기가 있는 곳으로 겨울에도 냉혹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미세 지형 조건에서 산다.남부지방에서는 흔하지만, 중부지방으로 갈수록 개체군의 크기가 작아지고 드물어진다. 그런데 벼룩이자리는 pH5.0 이하의 산성 땅에서는 살지 않고, 주로 중성이나 약알칼리 땅을 좋아한다.2) 벼룩이자리가 살만한 지역에 벼룩이자리가 분포하지 않는다면 땅의 산성화를 의심해볼 만하다. 도시 근교에서 대기오염에 크게 노출된 곳에서 벼룩이자리가 살 수 없는 까닭이다.

한글명 벼룩이자리3)는 일본명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명 노미노쭈주리(蚤の綴り)는 아주 연약한 잎 모양에서 붙여진 것이다.4) ‘하잘 것 없는 벼룩(蚤, 조)’이 입을 만한 아주 작은 옷으로 헝겊 조각을 짜깁기(일본명 継ぎ接ぎ(쭈기하기)의 발음은 우리말 짜깁기에 잇닿아 있음) 한 듯하다. 사실 땅바닥에 앙증맞게 붙어 있는 잎차례와 털이 나 있는 형상에서 벼룩의 자리 또는 벼룩같이 하잘 것 없는 이부자리(衾)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그런데 한글명 벼룩이자리를 일본말로 정확하게 직역하면 노미노후수마(蚤の衾, 조금)가 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벼룩나물(Stellariaalsinevar. undulata)이라 한다. 아마도 벼룩나물이 나물로 이용되는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벼룩나물은 우리 이름이 아니다. 국수청이라는 우리 이름을 무시하고, 일본명에 맞추어 이름을 짓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벼룩나물 참조).벼룩이자리 어린잎은 일종의 세재로서 소독하는 데 사용하고,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고 한다.5) 하지만 털이 많은 벼룩이자리는 벼룩나물보다 나물로서는 그 질이 떨어진다. 벼룩나물은 별꽃속(Stellaria)으로 꽃잎이 두 갈레로 찢어져 10개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벼룩이자리와 뚜렷이 구별된다. 서식처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벼룩나물은 주로 논바닥과 같이 더욱 습하고 늘 촉촉한 땅에서 산다. 벼룩이자리의 속명 아레나리아(Arenaria)는 ‘물이 잘 빠지는 땅(arena)에서 산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종소명 세르필리폴리아(serpyllifolia)는 ‘백리향의 잎을 닮았다’는 뜻의 라틴어다. 중국에서는 ‘無心(무심)의 나물’이란 의미의 우신차이(无心菜, 무심채)라 하고, 약초로 이용한다.6)무심(無心)이란 불교의 큰 화두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란 것은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벼룩이자리, 즉 글이나 말로 드러낼 수 없을 정도로 누추한 자리, 벼룩의 자리, 그것은 집착으로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대자유의 경지에 잇닿아 있다는 뜻이다. 불교의 무심사상에 대한 메타포일 것이다.

 

 

 

         벼룩이자리(석죽과)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한송이씩 달리고,꽃잎은 5장이고 끝이 파이지

      않으며잎이 벼룩나물보다 둥글고 털이 있다.

 

 

 

 


 

벼룩나물  

 줄기:해넘이한해살이로 식물체 전체가 부드럽고 털이 없다. 지표면 가까이에서 분지해 퍼지며, 지표면을 덮을 정도로 무리를 이룬다.(비교: 벼룩이자리는 털이 있다.)잎: 마주나며(對生), 잎자루가 없고, 털도 전혀 없다.꽃: 4~6월에 백색으로 피며, 모인꽃차례가 다시 흩어진 꽃차례(集散花序)다. 1cm 이상 긴 꽃자루(花柄) 끝에 1개씩(單生) 피며, 꽃잎이 5장이지만, 깊게 갈라져서 마치 10장으로 보인다. 꽃잎이 꽃받침보다 약간 길거나 같다.열매: 여윈열매(蒴果)로 종자 표면에 무딘 돌기가 있다.염색체수: 2n=24, 26, 461)
생태분류
서식처: 논바닥, 묵정논, 논둑, 도랑 언저리, 습지 언저리 등, 양지, 약습(弱濕)~적습(適濕)수평분포: 전국 분포(개마고원 이남)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식생지리:난온대~냉온대, 중국(동북지방 이외 지역), 대만, 일본, 서남아시아, 베트남 등식생형:농지식생(경작논 잡초식물군락), 터주식생(농촌형)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동북아 온대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벼룩나물은 유럽과 북미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가칭 유럽벼룩나물(Stellariaalsinevar. alsine)의 지리적 변종으로 알려져 있다.2) 두 종은 형태적으로나 생태적 서식환경조건이 유사하며,3) 유럽벼룩나물의 경우 꽃잎이 꽃받침보다 짧은 데 반해, 동북아의 벼룩나물은 꽃잎이 꽃받침의 길이와 같거나 약간 긴 것이 다르다.벼룩나물은 대표적인 겨울형 한해살이(winterannual)로 로제트를 만들어서 겨울을 나는 해넘이살이다. 생명환이 2년에 걸쳐 있지만, 실제 수명은 1년 이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벼 수확 이후의 논바닥에서 발아하면서 생명환을 시작하고, 이듬해 모내기 할 때쯤에는 생명환을 완성하고 고사한다. 하지만 서식조건이 좋으면 무리(patch)를 형성해 수년간 살아간다.벼룩나물이 사는 땅이 논바닥 같은 진흙으로 통기성이 불량해 뿌리호흡을 위해 지표면 가까이에 얕게 뿌리를 묻는다. 벼룩나물은 잠시라도 건조한 곳에서는 살수 없다. 특히 하천변 물가나 습지 가장자리의 잔물결이 일렁대는 미세한 습지환경에서도 관찰 빈도가 높다.

벼룩나물은 꽃잎이 5장이지만, 깊게 갈라져서 10장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벼룩나물은 벼룩이자리(Arenariaserpyllifolia)와 이름이나 외형이 비슷하고, 사는 장소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분류학적으로 속 수준에서 다르다. 벼룩나물은 별꽃속(Stellariaspp.)으로 꽃잎이 5장이며 깊게 갈라져서 10장처럼 보인다. 식물체 전체에 털이 일절 없이 매끈한 것도 벼룩이자리와 쉽게 구별되는 점이다.벼룩나물은 논바닥에서 주로 관찰된다면, 벼룩이자리는 벼룩나물보다 상대적으로 덜 습한 논두렁 같은 곳에서 관찰 빈도가 높다. 벼룩나물은 벼룩이자리속(Arenaria)과도 닮았지만, 나도개미자리속(Alsinespp. 또는 Minuartiaspp.)과도 많이 닮았다. 이 가운데 알시네(Alsine)라는 나도개미자리 속명을 종소명으로 사용했다. 이 속들은 모두 석죽과(Caryophyllaceae)에 속한다.한글명 벼룩나물4)은 잎이 아주 작고 앙증스러운 데에서 비롯된 명칭일 것이다. 일본명 노미노후수마(蚤衾, 조금)와도 잇닿아 있다. 잎을 벼룩이(蚤, 조)의 이부자리(衾, 금)에 빗대고 있다.『토명대조선만식물자휘(土名對照鮮滿植物字彙)』5)에는 벼룩나물의 어린잎과 줄기를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음지에 말려서 대용 차(茶)로 마셨다는 습속을 전한다. 명칭으로 ‘국슈쳥이’라는 우리말과 ‘쟉셜차(雀舌茶)’란 한글표기를 기재하고 있는데, 벼룩나물이란 한글명은 보이지 않는다. 약간 쓴 맛이 나는 벼룩나물의 잎은 차나무(Camelliasinensis)의 어린잎 작설(雀舌)과 닮았다고는 할 수 있으나, 오늘날의 작설차(雀舌茶) 자체는 아니다.압록강 하구와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지역에 대한 청대(淸代)의 지방지 『성경통지(盛京通志)』6)에는 벼룩나물이 경작지 밭 사이에 나며, 명(茗)에 버금간다(······小靑草. 生田間. 以之充茗······)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벼룩나물(小靑草, 소청초)은 밭 언저리에 살고 ‘茗(명)’이라는 음다(飮茶)에 대응되는 차(茶)라는 것을 설명한다. 그런데, 한자 ‘茗(명)’이란 본래 차(茶) 가운데 우수한 명차(茗茶)를 일컫는 글자다.‘국슈쳥이’의 작설(雀舌)과 小靑草(소청초)의 명(茗)이 서로 대응하며, 벼룩나물에 대한 대용차(代用茶)로서의 우수성과 그 음용(飮用) 풍속을 기록한 것이다. 랴오닝성지역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벼룩나물의 푸른 줄기와 잎으로 차(茶)를 우려마시는 풍속이 있었으며, ‘국슈쳥이’라 불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것을 중국인들은 그들 차(茶) 문화 속에서 즐겨 쓰는 대표적인 명칭인 작설(雀舌)을 이용해 雀舌草(작설초)라는 명칭을 만들어냈던 것이다.18세기에 “서울지역 사람들은 차(茶)가 나지 않아서, 연시(燕市)에서 무역해 와서 마셨고, 그렇지 않으면 그 대용 차(茶)로 작설(雀舌)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茶無土産. 貿於燕市. 或代以雀舌······)”는 사실이 『경도잡지(京都雜志)』7)에 나타난다. 여기서 말하는 작설(雀舌)은 『성경통지(盛京通志)』에 나오는 ‘소청초(小靑草)’이고, 茗(명)에 버금가는 벼룩나물을 음건(陰乾)해 만든 ‘국슈쳥이’를 말한다. ‘국슈쳥이’는 풀뿌리적인 조선 다류(茶類)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국슈’는 ‘국수’이며, ‘쳥이’의 ‘쳥’은 방언의 무청(무의 잎과 줄기)처럼 뿌리 위에 달린 식물체 푸른 부분을 의미하는 ‘청’과 의존명사 ‘이’의 합성어다. 따라서 벼룩나물의 본래 명칭은 ‘국수청이’다. 벼룩나물의 잎과 줄기는 나물로 데쳐먹기도 하며, 차(茶)로 마시기도 했다고 하니, ‘국수청이’라는 명칭은 분명 한반도 중북부 어느 지방의 명칭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지금도 초장 양념에 날로 무쳐서 만든 벼룩나물 샐러드로, 그리고 살짝 데친 나물로 무쳐 먹는 풍습이 이어져 내려오며, 이름을 ‘발금자리’라 한다.8)벼룩나물은 벼룩별꽃, 애기별꽃, 들별꽃 등 여러 가지 별명이 있다.9) 공통적으로 ‘별’이란 명칭이 들어간 것은 벼룩나물의 속명 스텔라리아(Stellaria)가 꽃잎 5장이 별처럼 생겼다는 의미에서 비롯할 것이다. 이들 명칭들은 모두 해방 이후에 지역 식물학자들에 의해 기록된 이름인데, 왜 그리 다른 이름들을 혼란스럽게 기재했는지 ‘국수청이’로 차 한 잔 끓여 마시면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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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나물 (석죽과)

전체에 털이 없고 밑부분에 가지가 많이 나온다.

마주나는 잎은 갸름하고 반들거리고 꽃은 줄기끝에 한송이씩 핀다.

하얀꽃잎은 5장인데 끝이 파여서 10장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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