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일생을 여덟장면으로 압축하여 나타낸 그림인 팔상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팔상도를 검색해보니 나온 글이 별로 없어요.
나와 있는 글들도 탱화 팔상도라서 일반인들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네요. 사찰의 벽화로 많이 보이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사람이 없다니 아쉽습니다.
아래 사진은 상주에 있는 천주산 북장사에 수미단의 조각을 찍은 사진입니다. 부처님의 팔상도인데요. 조각하시는 분의 자기 주장이 담겨 있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도솔래의상이지요. 하늘나라의 도솔천에 내원궁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다음 생에 부처를 이룰 보살님이 거처하고 있지요. 석가모니 부처님도 이곳에 호명보살로 계시다가 가비라국 마야왕비의 몸에 흰 코끼리의 모습으로서 입태를 하게 됩니다.
이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도솔래의상입니다. 지금은 물론 내원궁에 미륵보살님이 계십니다.
코끼리의 비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법화경에 강물을 건너는 3마리의 동물이야기가 있습니다. 토끼는 강을 건너되 헤엄만 쳐서 건너고, 말은 강을 건너면서 발이 바닥에 다았다가 떨어졌다하고, 코끼리는 강 바닥을 디디고 차분히 건넌다는 이야기 입니다. 토끼는 성문을, 말은 연각을, 코끼리는 보살을 나타내는 비유이지요. 생사의 강을 건너가는데 모든 의미를 다 파악하고 확연하게 깨우침을 얻는 보살의 삶을 살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비람강생상이지요. 룸비니동산(비람)에서 탄생하는 장면을 나타낸 것입니다. 인도에서도 아이를 낳을 적에는 친정으로 가서 낳는 풍속이 있습니다. 마야부인도 친정인 천비성으로 가다가 룸비니동산에서 무우수의 가지를 붙잡는 순간 오른쪽 옆구리로 싯달타 태자가 탄생을 합니다.
무우수라 함은 근심이 없는 나무라는 뜻이니, 부처님이 모든 중생들의 근심걱정을 모두 해탈케 하실 것이라는 뜻이며,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났다함은 인도에서는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 진리와 함께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즉 부처님이 진리와 함께 하실 분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귀족의 신분으로 태어 났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도의 신화에 의하면 최초의 거인에서 인간이 생겨날 때, 브라만(사제)은 입에서 생겨나고, 크샤트리아(귀족)은 옆구리에서 생겨났으며, 바이샤(평민)은 허벅지에서, 수드라(노예)는 발가락에서 생겨났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면 귀족으로 태어 났다는 표현입니다.
태어나서 동서남북으로 일곱걸음을 걸으셨다라는 말은, 중생들이 격는 여섯걸음인 육도윤회(천, 인, 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굴레를 벗어나서 해탈을 얻으실 것을 말씀하는 표현입니다.
아홉마리의 용이 나타나서 따뜻한 물과, 시원한 물로 씻어 주었다는 표현은 무었일까요. 부처님은 여러가지 신통력을 갖추셨으며, 따뜻한 자비의 손길과 삼세의 인과를 아는 지혜의 힘으로 9품의 중생을 모두다 구제하신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구품중생은 불상 카테고리의 아미타불을 참조)
사문유관상입니다. 나무 아래에 부처님의 형상으로 앉아 계셔서 처음에는 몰라 봤어요. 아마도 태자시절 농경제에 참가 했을 때 선정에 잠겼던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른쪽은 노인과 병자와 죽은자와 사문을 보여주고 있지요.
우리는 보통 동서남북으로 표현 하지만 인도의 고대 표현은 동남서북의 방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태양이 도는 방향으로 따라 가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지요. 태자는 이때 처음으로 사람이 늘고 병들고 죽는 것을 알았을 까요. 아마도 막연히 알던 것에서 나의 일로 진지하게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유성출가상입니다. 보통은 말을 타고 성을 뛰어 넘는 장면을 그리는 데요. 이분은 달리 보셨습니다. 성을 뛰어넘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리를 깍고 출가한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보시는 거지요. 그래서 한 장면만을 표현할 때는 유성(성을 뛰어넘음)이 아니라 출가를 표현한 것 같아요. 깨닭음을 위한 출가와 집에 나서는 가출은 좀 다르다고 본 걸까요?
설산수도상입니다. 이 조각을 하신 분은 대단하신 분이세요. 기존의 틀을 깬 파격을 보여주시거든요. 아마도 이분이 생각 하실 때 설산에서 고행을 하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고행이 잘 못된 것임을 알고 수자타의 공양을 받으신후, 나무아래에서 선정에 잠겨 깨달음을 얻으신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후에 "고행에도 쾌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행하라"라는 말씀을 하셨으니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설산고행이 아니라, 고행을 포기하고 선정에 전환하는 이 장면이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생각 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조각으로 남기셨으니 정말 대단하지요.
수하항마상입니다. 부처님이 깨우침을 얻으려하자 하늘나라에 있는 마왕의 궁전이 흔들립니다. 마왕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방해하려고 이렇게 무력으로 위협을 해보지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서 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일 겁니다. 모든 선각자들이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도 꺽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셨지요.
보통 팔상도에서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나와서 유혹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요. 여기서도 이분은 특이한 해석을 하시는군요. 자신의 갈길을 뚜렷하게 알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사람에게 여색의 유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보신걸까요....
녹원전법상입니다. 일찌기 같이 수행하던 다섯비구들을 생각하고 멀리까지 찾아가신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을 하시는 장면입니다. 이 때 교진여가 처음으로 깨닫자 부처님이 기뻐서 소리치셨습니다. "교진여가 깨달았다." 부처님도 깨달으신 이후 설법을 망설이시다가 이렇게 멀리 찾아와서 말씀을 하
셨는데 처음으로 그 말씀을 깨달으신 분이 나타나니 얼마나 기쁘셨을까요. 이리하여 드디어 부처님과 가르침과 제자들(승가)의 삼보가 모두 갖추어졌습니다. 흠! 부처님이 전법륜인을 하셨음 더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녹야원은 사슴이 뛰어노는 동산이란 뜻이니, 초기 불상에 보면 부처님의 설법 좌대에 사슴을 양쪽으로 새겨서 녹야원의 초전법륜을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쌍림열반상입니다. 80년 생을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여러곳을 돌아다니시던 석가모니 부처님은 춘다가 공양한 버섯요리를 먹고 탈이나서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시게 됩니다.
보통은 멀리 떨어져 있던 가섭존자가 달려오자 부처님이 관속에서 발을 내밀어 보여주시는 장면인 곽시쌍부를 그림으로 표현 하는데, 이 분은 십대제자가 다 같이 울고 있고 그 가운데 가섭존자가 서 있는 것으로 조각하였습니다.
가섭존자가 가장 뛰어나고 법을 이은 제자이기는 하지만, 오직 가섭존자만이 법을 이은 것은(선종만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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