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질경이과,Plantago asiatica) : 여러해살이풀, 꽃 6~8월
질경이 꽃~ 열매
줄기: 여러해살이로 땅속줄기(地下莖)를 벋으며, 큰 무리를 만든다.잎: 뿌리에서 난 잎(根生葉)이 잎자루가 긴 로제트모양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치듯 하고, 나란히 맥처럼 보이는 유관속 다발이 잎 뒷면에 뚜렷하게 보이며, 잡아당기면 질기고, 엽질(葉質)도 억센 편이다.꽃: 5~8월에 뿌리에서 직접 꽃대(花莖)가 나와 직립하고, 백색 꽃이 밑에서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이삭꽃차례모양(穗狀)으로 밀생한다.열매: 여윈열매(蒴果)로 뚜껑이 열리듯이 익으면 옆으로 터지면서, 흑색 종자 6~8개가 튕겨져 나오며, 물기를 접하면 점액이 생긴다.염색체수: 2n=24, 36
생태분류
서식처 : 길가, 빈터, 제방, 논두렁, 밭두렁 등, 양지~반음지, 적습(適濕)~약습(弱濕)수평분포: 전국 분포수직분포:산지대 이하(드물게 아고산대)식생지리:냉온대~난온대, 중국, 만주, 대만, 일본,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캄차카, 히말라야, 자바, 말레이시아 등식생형:터주식생(노상, 노방식물군락)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생태학에서는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을 크게 스트레스(stress)와 물리적 파괴(disturbance) 두 가지로 나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전체가 반응하지만, 파괴는 그 부분만이 손괴(損壞)를 입는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파괴보다 더욱 치명적이다.질경이는 스트레스보다는 밟히게 됨으로써 식물체가 찢어지는 물리적 파괴에 늘 노출되어 있는 길 위 또는 길 가에서 산다. 모든 생명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좋은 환경에서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해서 밟히는 길에 밀려 나와 사는 셈이다.질경이는 처음부터 밟히며 살고 싶은 생명체가 아니라 하는 수 없이 적응하며 산다. 모든 생명체의 생리적 최적의 서식환경조건은 같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보장받거나 제공되는 생명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경쟁과 적응으로 표현되는 각자의 생태적 최적 서식환경조건에서 살아간다.2) 이것이 자연의 본질이고 진리다.질경이도 생리적으로는 가장 쾌적한 곳에 살고 싶어 하지만, 생태적으로는 아무나 살 수 없는 밟히는 길을 선택해서 그곳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잎이 넓지만, 밟아도 쉽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 잎을 잡아 뜯어보면, 잎줄(葉脈) 부분이 백색 실처럼 드러나며, 튼튼한 유관속(영양분 또는 수분이 이동하는 기관) 다발이 나타난다. 질경이 잎의 유연성은 그것에서 비롯한다.
질경이 잎을 잡아당기면, 잎줄을 이루고 있던 질긴 유관속 다발을 관찰할 수 있다.
한글명 질경이는 잎이 질긴데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다. 길에서 사는 생태성으로부터 유래하는 ‘길경이’ 란 오래된 이름이 있다. 한자명 차전초(車前草)에 잇닿아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종자를 ‘차전자(車前子)’라 하고, 종자나 잎을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시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애당초 나물(채소)로서의 질경이었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15세기 초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길형채(吉刑菜)’라는 향명이 기록되어 있으며, 분명 길(질)에서 나는 나물이란 의미로 불렀던 이름이다. 질경이가 가장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는 시기, 음력 5월 5일을 가장 알맞은 채취시기라는 것까지 적시하고 있다. 19세기 초 서울에서는 질경이라 하고, 지방에서는 길경이라 불렀다.일본에서도 비슷한 습속이전한다. 일본명 오바꼬(大葉子)는 ‘잎이 넓은 녀석’이란 뜻인데, 아들 ‘子(자)’ 자가 붙은 것이 어딘가에 쓸모 있는 유용한 식물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15세기 후반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서는 ‘뵈이’라는 낯설지 않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경북 영천 자양에서는 예전부터 먹었던 나물이고, 아직도 질경이를 ‘배짱이’라 부른다고 한다. 16세기 『훈몽자회(訓蒙字會)』 「채소편」에서는 아예 뵈이 ‘부(芣)’, 뵈이 ‘이(苢)’라고 정의하고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는 이것을 ‘포이작지(布伊作只)’란 향명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뵈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길경이’와 ‘뵈이’ 두 한글명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길경이’가 한자명에 잇닿아 있다면, ‘뵈이’는 순수 우리 이름이다. 길에서 밟히며 살지만,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고 버티어 나가는 성품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질경이의 생태성이 ‘배짱이’란 이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500살도 훌쩍 넘은 고유 명칭이다.속명 플란타고(Plantago)는 밟힘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소달구지가 다니는 길은 질경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서식처다. 땅속줄기를 이용해 길가 빈터를 넓게 차지한다. 새로운 터전은 사람과 동물을 이용해 찾아 나선다. 긴 꽃차례는 아래서부터 위로 피며, 윗부분에 꽃이 필 때쯤이면 아래에서는 이미 열매가 익어 터진다.종자는 흑색이며, 물기와 접촉하면 약간 진득진득한 점액을 방출하고, 사람과 동물 발에 붙어서 퍼져나간다. 주로 물기가 충만한 장마시기에 왕성하게 꽃 피고 열매를 맺는다.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에는 동물의 외출도 적고 이동도 적다. 1년 중에서 밟히는 빈도가 가장 낮을 때이기에 질경이에게 최적의 웨딩시즌이다.